사회 사회일반

"밥무새 남편 꼴 보기 싫어" 온라인에 비난…"이혼하고 싶다"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9 08:58

수정 2025.09.19 10:22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 욕을 올린 아내와 이혼이 고민된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7일 양나래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아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 욕을 올렸습니다. 이거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인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사연자는 40대 초반의 남성 A 씨로, 최근 아내와 공용으로 쓰는 노트북을 사용하려 했다가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A 씨는 "인터넷 창을 열었더니 어떤 커뮤니티에 로그인돼 있더라. 거기서 '밥무새(밥+앵무새) 남편 XX 꼴 보기 싫어요'라는 충격적인 제목을 봤다"며 "글쓴이 닉네임을 보니 아내가 기존에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슷했다.

설마 아내가 썼나 싶어서 글쓴이가 그동안 쓴 글을 확인해 봤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쓴이는 "밖에서 밥 먹고 오지. 밥 먹는 것도 꼴 보기 싫다. 내가 왜 밥 차려줘야 하냐?", "주말에 출근한다고 나갔는데 지 혼자 신났네요", "아기 둘 키우는 거 원래 이렇게 힘든가요?" 등 내용의 글을 작성했다.

A 씨는 "아이가 둘이 있다는 거나 주말에 출근했다는 내용, 어디 펜션에 놀러 왔는데 상태가 어떻다는 둥 제3자가 봤을 땐 바로 특정할 수 없겠지만 당사자인 제가 보니까 누가 봐도 내 얘기였다. 글도 한두 개가 아니고 굉장히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아내가 답답하니까 그런 글을 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분은 나빴지만 이해하려고 했다"라며 "근데 계속 보다 보니 정말 원색적이고 인격적인 비난이 가득한 글들을 보니 손이 덜덜 떨렸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이런 글엔 '이혼하세요', '저도 그런 남편 보기 싫어 죽겠어요', '돈 벌어다 주니까 참고 사는 거죠' 등 댓글도 많이 달려 있었다. 도저히 그냥 못 넘기겠다 싶어서 모든 글을 캡처해 증거로 모아놨다"고 말했다.

이후 A 씨가 "당신 커뮤니티 하냐? 당신이 이런 글 썼지?"라고 추궁하자, 아내는 "그런 글 올릴 수도 있지. 쪼잔하게 왜 그러냐? 내가 거기에 당신이 누구라고 썼냐? 동네 아줌마들끼리 그렇게 남편 험담하는 건 허다하고, 이렇게 해서 스트레스 푸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아내는 오히려 A 씨가 그 글을 본 사실에 대해 화를 냈고, 미안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아내가 평소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인정하고 깔끔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텐데 더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연을 보내는 것도 내가 아내랑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걸까 봐 엄청나게 고민했다.
하지만 나만 당할 수 없고, 이게 이혼 사유가 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내의 이런 행동을 그냥 넘어갈 수 있는지 생각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특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은 어렵다고 해도,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런 글을 올렸다고 무조건 이혼하라고는 말씀 못 드린다.
아이도 있으니까 신중하게 생각해 봐라"라고 조언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