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유럽중앙은행 개입 요청 가능성? 더 이상 상상속 일이 아니야”
“역사적 전환점 헤쳐나갈 기대속 좌우익 극단주의자들 희생양 전락 가능성도”
평론가 “좌우 불문 공공 지출에 중독된 지난 반세기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어”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탈리아 로마와 토리노의 일부 신문들은 프랑스에서 ‘전면 봉쇄’와 ‘국민 행동’ 등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프랑스 상황을 보도하면서 ‘조이아 말라기나(악의적인 기쁨)’을 나타냈다.
프랑스 일부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혼란을 비웃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났다.
◆ "이탈리아 언론, 프랑스 혼란 상황에 '악의적 기쁨' 나타내
영국 BBC 방송은 18일 “프랑스가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총리를 5명이나 교체했는데 이는 2차 대전후 이탈리아에서도 없었던 정치적 혼란”이라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조기 총선 이후 의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는 다수당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축 예산에 반발한 시위가 이어지고 노조가 18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BBC는 최근 사임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의 굴욕, 급증하는 부채에 대한 경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 이어지는 프랑스는 “유럽의 병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추산되는 국가 부채 상환비용 670억 유로(약 110조원)는 교육부와 국방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 부처예산보다 많다. 2020년대 말까지 부채 규모는 연간 1000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12일 프랑스 부채 등급을 하향 조정해 (이자율 상승으로) 부채 상환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IMF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을 요청해야 할 가능성도 더 이상 상상속의 일이 아니라고 BBC는 경고했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불개입, 포퓰리즘의 끊임없는 부상 등 국제적인 혼란속에 일어나고 있다.
10일 ‘전면 봉쇄(Bloquons Tout)’라는 단체가 주최한 전국적인 시위에 이어 18일에는 노동조합과 좌익 정당들이 가세한 더 큰 규모의 ‘국민 행동’이 있었다.
정치 평론가 니콜라스 바베레스는 “프랑스와 유럽의 주권과 자유가 위태로운 이 중요한 순간에 프랑스는 혼란과 무기력,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라를 혼란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두 번째 임기는 불과 1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BBC는 “일부에서 프랑스의 제도적 회복력을 발휘해 역사적 전환점을 헤쳐나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좌익과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유럽의 병자가 될 시나리오도 있다“고 있다고 경고했다.
◆ "지난해 마크롱의 의회 해산이 혼란의 시작"
방송은 모든 일은 지난해 마크롱이 국회를 해산한 참담한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승부수를 띄운 총선에서 패배해 통치 기반을 강화하기는커녕 의회가 중도, 좌파, 극우로 분열돼 어떤 단일 집단도 제대로 된 정부를 구성할 수 없게 됐다.
바이루 전 총리는 부채 해결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현재 부채 규모는 3조 유로가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약 114%에 해당한다.
그는 내년 예산에서 440억 유로를 줄여 상환을 안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좌파와 극우 의원들이 신임 투표에서 그를 끌어내렸다.
많은 유권자들은 국방비를 늘리기 위해 두 개의 국경일을 폐지하는 것과 바이루 전 총리의 아이디어에도 적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 39세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10월 중순까지 예산안을 제출해 연말까지 통과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의회 의석 분포상 산술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좌우의 온건파, 즉 보수적인 공화당(LR)과 사회당(PS)이 합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측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사회당은 초부유층 기업가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2023년 연금 개혁(연금 수령 연령을 64세로 상향 조정)을 폐지하는 등 부채 감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친기업 공화당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이런 예산안에는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년 3월 지방선거와 202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양측 모두 양보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타이밍’ 상의 난점도 있다.
좌우 극단의 국민연합(RN)과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이들 온건 정당들이 타협할 조짐이보이면 ‘반역’이라고 주장하며 나설 기세다.
◆ "르코르뉘 총리 다시 사임하면 마크롱의 종말 시나리오"
BBC는 “르코르뉘 총리가 난국 타개에 실패해 다시 사임할 수도 있다”며 “이는 마크롱의 종말 시나리오”라고 진단했다.
그 후에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승리하는 선거가 치러지거나 마크롱의 사임 요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르몽드의 프랑수아즈 프레소 평론가는 “우리 모두는 공공 지출에 완전히 중독되었다”며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가 불만의 불길을 끄고 사회적 평화를 얻기 위해 사용해 온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누구나 이 시스템이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낡은 복지 국가의 종말에 다다랐지만 아무도 대가를 치르거나 앞으로 이뤄져야 할 개혁에 맞서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에게 부채가 국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말하지만 많은 유권자는 이를 믿지 않거나 왜 자신들이 부채를 갚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BBC는 진단했다.
평론가 니콜라 바베레즈는 르 피가로에서 “국민 저항의 진짜 표적은 마크롱이며, 그는 이 난파선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동가들처럼 프랑스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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