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외신에 따르면 오는 2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트릴리언 페소 마치(Trillion Peso March)'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가 열린다. 태풍 등 홍수 피해가 잦은 필리핀은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홍수 방지 사업에 약 5450억필리핀페소(13조5000억원)를 투입했다.
마르틴 로물데스 하원의장이 의혹을 두고 사퇴했지만 민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대통령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는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대통령이 아니라면 거리로 나섰을 것"이라며 "내 친척과 측근이라도 수사에서 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로물레스 하원의장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의 사촌이다.
시위일인 9월 21일은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의 부친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 53년 되는 날이다. 시위 장소는 독재정권을 몰아낸 '피플 파워' 운동의 성지인 마닐라 리살 공원 등이 시위의 중심지가 될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대법관 출신 인사를 위원장으로 한 독립 조사위원회를 꾸렸으나, 이미 교회·시민사회가 앞장선 시위 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현지 언론은 "Z세대가 틱톡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유령'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 130만명의 작은 나라 동티모르에서는 최근 Z세대의 분노가 정치권의 특권을 무너뜨렸다.
당초 동티모르 의회는 의원들에게 종신 연금을 지급하려던 계획을 학생들의 저항에 밀려 철회했다. 앞서 국회의원 65명에게 차량을 제공하려던 계획도 여론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은 동티모르 수도 디리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흘째 시위를 이어가며 "정치인은 봉사자이지 특권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일부 시위대는 건물을 파손하고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고, 당국은 최루탄으로 맞섰다. 그럼에도 의회가 결국 법안을 폐기하면서 'Z세대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원들의 특혜 정책을 철회시키는 시위가 이어졌고, 네팔에서는 부패 규탄 집회가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졌다"면서 "SNS를 통해 빠르게 연대하는 Z세대의 분노는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남아의 Z세대가 기후 위기, 불평등, 부패라는 복합적 문제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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