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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버틴다지만…車부품업계 관세·파업 '이중고'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3 05:29

수정 2025.09.23 05:29

현대차 관세에도 '버티기 전략' "관세 때문에 가격 인상 못해"
중소기업 비중 높은 부품업체들은 관세 장기화로 '체력 고갈'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 수순 밟으며 '이중고'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자동차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진 수출용 자동차의 모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미 관세 후속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자동차, 기아는 현지에서의 가격을 유지한 채 버티기 전략에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품업체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주요 부품사들이 노조 리스크까지 직면한 것도 부담을 키우는 대목으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복합문화센터 더셰드에서 열린 '2025 인베스터 데이'에서 "단순히 관세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는 없다"며 "가격은 수요, 공급과 연관이 있지 관세와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세가 연내에 인하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당장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지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대미 자동차 관세 25%가 발효된 지난 4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연식 변경을 통한 통상적인 소폭 인상 외에는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자동차 가격 변동에 굉장히 민감한 시장이라 자칫 가격을 올렸다가 수요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장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관세 협상 장기화로 부품업체들이 먼저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부품업체 대다수는 현대차그룹의 생태계에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 중 약 60~70%가 현대차·기아의 물량으로 추정된다.

특히 체급이 큰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부품업체는 중소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해외로 나가 직접 현지 조달할 수 있는 업체들은 소수에 불과하는 얘기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부품업체의 73.4%가 종업원 수 300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부품업체들이 고율관세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외적인 상황도 어둡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최대 수출국인 멕시코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최대 5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여기에 미국은 관세 적용 자동차 부품 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업계 의견 수렴 절차를 내달 개시하기로 했다.

특히 주요 부품업체들은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최근 사측과 교섭이 결렬되면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17일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 76.8%의 찬성을 얻는 등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당장 미국 관세에 대해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기초 공급망인 부품, 소재 기업들부터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당장 부품 현지화를 추진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만큼, 세밀한 통상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