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다연, 2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이민지는 2m 남짓 파 퍼트 놓쳐
후원사 대회 세번째 '연장 준우승'
이다연, 2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이민지는 2m 남짓 파 퍼트 놓쳐
후원사 대회 세번째 '연장 준우승'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무대는 끝내 연장전으로 흘렀다. 그 연장전의 끝에서 또다시 작은 거인 이다연이 환호의 주인공이 됐다.
상대는 2년 전과 똑같았다. 세계랭킹 4위이자 LPGA 통산 11승, 메이저 3승의 주인공 이민지(호주). 결과 역시 같았다. 무려 두 번째 연속 연장에서 이민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경기 후반부터 매 홀이 극적이었다. 이민지는 난이도 높은 18번 홀(파4)에서 프린지에 멈춘 공을 9m 퍼트로 밀어 넣으며 단독 선두에 나섰다. 베어즈베스트를 가득 메운 관중은 "역시 세계랭킹 4위"라는 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다연이 17번 홀(파5)에서 11m 롱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 버디가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18번홀에서 재개된 연장 첫 홀에서는 두 선수 모두 파. 그리고 맞이한 2차 연장에서 운명은 또다시 잔혹한 장난을 쳤다. 이다연은 136m 지점에서 왼쪽을 공략한 세컨샷을 백스핀으로 굴려 홀컵 4.2m 근처까지 세웠다. 반면 이민지는 122m에서 시도한 세컨샷이 길게 빠져 러프에 안착했다. 어프로치조차 쉽지 않은 위치였다. 기회는 이다연에게 넘어왔다. 하지만 4.2m 다소 강했던 버디 퍼트는 홀컵을 맞고 튀어나왔다. 숨죽인 갤러리에서 탄식이 터졌다. 경기는 3차 연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민지가 2m 남짓한 숏퍼트를 놓치는 순간, 승부는 허무하게 끝났다. 청라의 하늘은 다시 한번 이다연을 향해 열렸다.
이 대회는 유독 이민지에게 가혹했다. 지난 2021년 송가은에게 연장에서 패했고, 2023년에도 이다연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번이 무려 세 번째 연장 준우승. "후원사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던 그의 간절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세계무대에서는 숱한 압박을 이겨냈던 이민지였지만, 이 대회에서만큼은 작은 실수가 너무나 큰 그림자를 남겼다.
반대로 이다연에게 청라는 특별한 무대가 됐다. 지난 2023년 3차 연장에서 9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눈물을 흘렸던 바로 그 순간 이후, 그는 2년 만에 다시 청라에서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장타와 집중력, 무엇보다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심장'을 증명했다.
이번 우승은 이다연의 통산 9번째 우승이자 올 시즌 첫 승이다. 시즌 내내 준우승 1회, 3위 3회를 기록하며 아쉽게 웃지 못했던 그는 드디어 한을 풀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세계랭킹 4위를 상대로 다시 한번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메이저 우승을 가장 큰 목표로 남았다. 다음 주 메이저에서도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이다연의 말처럼, 이제 그의 시선은 더 높은 무대를 향하고 있다.
2023년, 그리고 2025년. 베어즈베스트 청라는 두 번의 똑같은 드라마를 썼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주인공은 이다연이었다. 빨간색 우승 의상도 그대로였다. 운명처럼 반복된 역사 속에서 이다연의 이름은 한국여자골프 역사 속에 한층 더 깊이 새겨졌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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