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호스트바 가려고" 10억 횡령…성실한 여직원의 '실체'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2 05:31

수정 2025.09.22 14:18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파이낸셜뉴스] 한 의류 매장 직원이 십수억원을 횡령했다는 사장의 제보가 알려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는 서울에서 의류 매장 여러 곳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에 따르면 매장 점장으로 일하던 여직원 B씨는 돈통에 손을 대며 거액을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영업시간 중 손님을 내쫓았다고 한다. 아울러 “재고가 많으면 정리하기 힘들다”며 멀쩡한 새 옷을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는 자신이 돈 빼돌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결제 취소’를 입력해 판매 내역을 삭제하거나 ‘반품 처리’하는 방식으로 조작했다”며 “장사가 가장 잘되는 시간에 손님을 내보내는 걸 보고 뼈가 부서지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B씨는 일반 직원으로 일하던 당시엔 주 6일 근무 외에도 자진해서 휴일에도 출근할 정도로 성실했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본 A씨는 2023년 말 B씨를 점장으로 승진시키고 매장 하나를 맡겼다.

이 매장은 하루 매출이 700만원에서 13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현금거래가 주로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B씨가 점장으로 승진한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더불어 고객 불만이 이어졌으며 직원들 퇴사도 잦았다. A씨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매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던 중 B씨의 만행을 확인하게 된 것이었다.

A씨의 추궁에 발뺌하던 B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B씨는 자백 과정에서 “매달 4000만~5000만원을 훔쳤다”며 “빼돌린 금액이 10억원이 넘는 건 분명한데 그 이상 얼만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B씨의 범행이 1년 5개월에 걸쳐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B씨는 이같이 횡령한 돈으로 술을 마시고 명품 사는 데 탕진했다. 지난해 9월부터 호스트바에 출입한 B씨는 한 번에 300만~400만원, 많게는 600만원까지 썼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술집을 찾았고, 이렇게 쓴 돈은 한 달에 2000만~3000만원에 달했다.

또 B씨는 명품 옷을 사는 등 훔친 돈을 물 쓰듯 쓰기도 했다.

A씨가 매장 매출 내역과 B씨 출근 기록을 대조한 결과, B씨가 빼돌린 돈은 최소 6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영업시간에 손님을 내보내고 새 옷을 갖다 버린 것까지 합치면 피해액이 15억원에 이른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업무상횡령과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B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범행을 인정했던 B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리고는 본인 통장에 입금된 2억5000만원만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