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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서울병 앓이'가 불편한 중국... "韓꼼수, 난 베이징병" [쓸만한 이슈]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2 10:36

수정 2025.09.23 14:27

"서울 다시 가고싶다", "사진만 봐도 눈물"
中 SNS에 '서울병 앓이' 해시태그 쏟아져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국무조정실은 7일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 2025.9.7 /연합뉴스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국무조정실은 7일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모습. 2025.9.7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울병(首尔病)’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병’은 말 그대로 서울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마음이 병처럼 깊어졌다는 의미로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 양국의 누리꾼들이 각각 '국뽕', '한국의 꼼수'라며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中 MZ들이 앓는다는 ‘서울병’, SNS 들여다보니

‘서울병’은 주로 서울을 방문했거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서울을 접한 중국의 MZ세대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들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등에 ‘서울병’ 해시태그를 달고 서울 여행의 기억을 공유한다.



샤오홍슈에는 “서울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그립기 시작했다”, “서울에서의 기억으로 현실을 버틴다”와 같은 글과 함께 감성적인 사진들이 수만 건 이상 게시되어 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는 한국 노래를 배경으로 서울의 풍경이나 자신의 여행 모습을 편집한 짧은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련 영상의 누적 조회수도 폭발적이다.

실제로 '서울병이 심해졌다'는 제목의 한 영상은 수십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길을 헤맬 때 주위의 한 한국인 아주머니가 도와줬다", "서울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여행지였다",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난다" 등의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얻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서울병은 국뽕" 비판의 시선

일각에서는 ‘서울병’ 현상이 일부 사례를 확대 해석한 ‘국뽕’이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도 존재한다. 분명한 건 중국 현지 매체와 SNS 언급량 등에서 ‘서울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인 ‘바이두’에서 ‘서울병’을 검색하면 ‘서울병이란’, ‘서울병 BGM’, ‘서울병 음악’ 등 연관 검색어가 자동으로 생성되고, 텐센트 뉴스, 남방주말 등은 ‘서울병’과 관련한 분석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텐센트 뉴스는 “‘서울병’은 2024년 등장해 원래 K팝 팬덤에서 한국 아이돌이 생활하거나 활동한 장소를 방문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됐으나 2025년 9월 재조명되고 있다”며 “넓은 의미로는 중국인 팬들이 한국 사회 풍속과 생활 방식에 대한 동경심, 그리고 여행 후 귀국해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또 텐센트 뉴스는 “비록 '병'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이 사회 현상은 본질적으로 MZ세대가 새로운 것을 접하고 정신적 의지처를 찾으며, 자기표현과 개인적 자유를 추구하는 보편적인 심리적 요구를 담고 있으며, 자기비하적 의미를 내포한 한 세대의 ‘소셜 화폐(Social currency)”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병은 한국 꼼수” 中 누리꾼들 날선 반응

한편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언론을 통해 ‘서울병’ 현상이 보도된 뒤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넷이즈 등 중국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연휴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하기 싫은 기분과 같은 평범한 감정일 뿐”이라며 서울병은 ‘엉터리’라고 반박한다.

또 “서울병이 한류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류는 예전만큼 인기가 없다”며 “한국인은 중국 무비자 정책에 반대하지만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불러올 수입에 기대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서울병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돈을 벌기 위해 이용하려는 한국의 꼼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웨이보에서도 ‘서울병’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매체 진르신원은 웨이보를 사용하는 일부 누리꾼들이 ‘서울병’에 대해 ”몇몇 중국인들이 누구를 대표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다행히 베이징병과 충칭병을 앓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엇갈리는 여론 속에서…中 단체관광 무비자 허용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19일 서울 명동에서 집회가 제한되자 종각 인근에서 ‘반중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명동에서 집회가 제한되자 인근 도심에서 행진이 열린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필요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25.9.19/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19일 서울 명동에서 집회가 제한되자 종각 인근에서 ‘반중 시위’ 행진을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고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서울 명동에서 집회가 제한되자 인근 도심에서 행진이 열린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필요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025.9.19/뉴스1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중국의 최대 연휴인 국경절·중추절(10월 1~8일)이 맞물리며 이른바 '유커(游客)' 특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두고 국내에서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인 관광 수요는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52만7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4%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관광업계가 이번 무비자 허용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산하며 "중국 무비자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는 극우 성향 단체의 반중 집회가 이어지자 관광객 불편을 이유로 상인단체가 경찰에 시위 제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시위대의 명동 진입 금지를 통고하자 이들은 장소를 바꿔가며 반중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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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