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플라자합의 40년…日 전 중앙은행 총재 “제2의 플라자 합의 있을 수 없어”

뉴시스

입력 2025.09.22 14:12

수정 2025.09.22 14:12

“1971년 금태환 중단 선언, 8월 15일 日 패전일로 잡은 건 日 겨냥한 것” “美, 현재 유럽 20개국과 개별적 환율 합의 불가능해 관세 꺼낸 것” “40년 전 비해 美 경제 강해, 달러 약세·관세 장벽 맞지 않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
[도쿄=AP/뉴시스] 2022년 12월 20일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사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22.
[도쿄=AP/뉴시스] 2022년 12월 20일 일본 도쿄 일본은행 본사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22.

22일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이 일본 엔화의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평가하는 것에 합의한 ‘플라자 합의’ 40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2일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전 일본은행 총재(80·2013∼2023년 재임)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과 현재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 등을 물었다.

구로다 전 총재는 “환율 개입은 바쿠치(ばくち·도박 또는 모험)와 같은 것”이라며 통화안정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주도로 진행된 플라자 합의에 이르기 전의 세계 경제에 대해 미국 경제는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타격으로 국제수지 적자에 빠졌다고 말했다.

제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과 독일이 경제성장하고 미국에서는 양국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해 달러가 국외로 유출되면서 금태환이 어려져 닉슨 대통령의 71년 금태환 중단 및 변동환율제 이행이라는 ‘닉슨 쇼크’로 이어졌다.



구로다 전 총재는 일본의 대미 흑자액이 커진데는 1달러=360엔의 고정 환율로 인한 이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 교환 중단을 선언한 것을 일본이 패전한 8월 15일로 잡은 것은 바로 일본을 타겟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후에도 달러 고평가 시정을 통한 경기 회복을 노리다 1985년 주요 선진국과 함께 플라자 합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구로다 전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달러가 고평가되어 있다며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한 합의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엔과 독일 마르크가 주요 타겟이었던 4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유로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유로는 유럽연합(EU) 20개국이 사용하지만 환율 정책은 각국 재무부가 담당해 20개국 재무부와 합의할 수 없어 트럼프도 외환 정책 대신해 강경한 관세 강화책을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변동에 따라 혼란이 있다고 고정환율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 간 돈의 이동을 제한하는 자본규제를 할 수 밖에 없으나 자본 규제가 남아 있는 것은 중국과 인도 정도로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억제하는 것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환율 개입은 도박 같다며 ‘맞는 것도 팔괘(八卦·점치는 것), 맞지 않는 것도 팔괘”라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자신도 재무관으로서 엔매도·달러 매입의 환율 개입을 실시했지만 “1조 달러를 하면 이만큼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전혀 결과를 알 수 없다며 거액을 던져 효과가 없는 것도 있고 조금만 해도 굉장히 효과가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휘두르는 이유에 대해 “한때 미국에서 철강업과 자동차산업이 번성한 이른바 ’러스트 벨트‘(녹슬은 공업지대)가 높은 달러 가치와 중국 때문이라고 보고 높은 관세로 ’나쁜 중국‘을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스트 벨트가 쇠퇴한 원인을 중국이라고 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미국 경제는 20년간 매우 순조롭게 성장했으며 원천은 IT와 서비스 산업으로 양질의 노동력과 자본이 IT 산업으로 옮겨진 것이 제조업의 쇠퇴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닉슨 쇼크와 플라자 합의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자업자득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국제수지 적자를 바로잡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내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년 전에는 미국 경제가 약해져 국제수지가 큰 적자를 맞았으나 지금은 대체로 2%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며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최상위”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도 없으며 관세 장벽을 올리려는 것은 미국 경제 실태와 맞지 않고 상궤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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