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이낸셜뉴스] 국내 식품에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 논란이 4년여 만에 재점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설탕세 도입 추세와 맞물려 국민 건강 증진과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현 정부 들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세금의 역진성 논란에다 1차적으로 식품 제조사에 부과되지만 제품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저속 노화, 비만 관리 등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확산과 맞물려 설탕세 도입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21년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병원 전 국회의원이 설탕세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지 4년여 만이다.
설탕세는 당류가 포함된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기업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담배에만 부과하던 국민건강부담금을 당류가 들어간 음료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당이 100ℓ당 2㎏을 초과하면 100ℓ당 2만8000원, 16~20㎏이면 2만원 등 당 함량이 높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21대 국회 당시 설탕세 도입은 "설탕을 담배 처럼 취급한다"는 식품업계 반발 속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설탕세 도입 논의가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올해까지 120여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민 건강 증진과 당류 과다 섭취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대한민국헌정회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태호 국회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고, 합리적인 입법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첨가당과 인공 감미료 섭취를 억제하고, 이미 발생한 국민 건강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부담금 부과로 인한 역진세와 조세 저항에 대한 대책으로 건강을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건강넛지포인트를 지급하고, 건강하게 하는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지원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인 식품업계는 설탕세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설탕 부담금이 기업에 부과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부담금이 1차적으로는 식품 기업에 부과되지만, 이에 따른 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식품업계는 경영 부담이, 소비자는 물가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 우려로 설탕세 도입을 중단한 국가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당초 오는 7월 설탕세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26년으로 시행을 연기했다. 인니 정부는 "설탕세의 목표는 공중 보건이지만, 거시경제 정책 우선 순위와도 일치해야 한다"며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현재 자체적으로 당 저감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설탕세 도입을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부터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