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계속 유지되려면 도파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바람을 피우지는 않는다. 열정은 사라졌지만 대신 끈끈한 애착과 유대, 안정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을 피우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바람을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새로운 이성에게 끌리지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아예 하지 않거나 노력을 해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병적으로 반복해서 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대체 이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바람둥이의 뇌에도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여러 가지 연구를 했다. 역시 가장 의심스러운 물질은 도파민이다. 2005년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학과는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작용제를 처방받은 환자 15명 중 14명에게서 과잉성욕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2007년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 신경학과도 파킨슨병으로 도파민 작용제를 처방받은 300명의 환자 중 25명이 성충동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도파민 D4 수용체를 의심한다. 도파민과 이 수용체와 결합이 너무 왕성하면 아동이 ADHD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알코올이나 담배 중독, 위험한 투자, 도박 등 짜릿한 모험을 좇는 행동도 높아진다.
2010년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181명의 젊은 남녀를 모집하여 연애 경험과 성생활에 대한 이력을 조사하고 이들의 구강세포를 채취하여 도파민 D4 수용체의 유전자 형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D4 수용체의 7R 대립형질이 한 번 이상 반복되는 긴 유전자를 가진 그룹이 전체의 24%를 차지했고 이들이 성적으로 훨씬 자유분방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7R 대립형질이 없는 짧은 유전자를 가진 그룹은 이른바 ‘원나잇스탠드’(하룻밤 섹스상대) 경험이 24%였지만 긴 유전자를 가진 그룹은 45%에 달했다. 외도 경험도 짧은 유전자 그룹은 22%였지만 긴 유전자 그룹은 50%에 달했다.
2016년 몇 명의 인류학자들이 팀을 꾸려 이 문제를 파고들어가 보았다. 총 254명의 젊은 남녀를 조사한 결과, D4 수용체에 7R 대립형질이 반복적으로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성경험에 더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들로 볼 때 도파민이 인간의 바람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연구들은 바람기가 높은 D4 수용체 유전자를 가졌다 해도 이들의 절반 정도는 외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도파민이 바람을 피울 확률을 조금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도파민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최종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신경전달물질 외에도 성호르몬, 배우자와의 관계, 윤리의식, 심리상태 등등 많은 것이 영향을 끼친다. 바람기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이 불륜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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