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오는 24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 △연봉 5% 인상 △정년 연장 △신입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금융산업의 발전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사측은 수년간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조차 고려하지 않은 낮은 임금 인상률만을 제시했다"며 "금융권의 주4.5일제 선제적 도입 역시 강력히 촉구해 왔지만,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요구안 중에 '주 4.5일제'가 논란이 상황이다. 금융노조 측은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과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주 4.5일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30분 조정해 9시30분~오후 4시 30분으로 하고, 금요일에는 오전까지 근무하는 주 4.5일제 적용안도 제안한 상태다.
이런 금융노조 입장에 대해 금융권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주 4.5일제의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지점이 줄어 고객 불편이 커지는 상황인데 주 4.5일제로 실질 영업시간까지 줄면 서비스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주중에 쌓인 업무나 민원이 금요일에 몰리는 경우가 많고, 기업고객 역시 금요일 업무 수요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 4.5일제를 도입한다면 정보기술(IT), 리스크 관리, 해외 거래 등 영업점 이외 부서의 근로시간 조정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은행 지점·출장소 수는 지난 2020년 6405개(연말 기준)에서 2023년 5733개, 2024년 5625개, 올 상반기 기준 5521개로 꾸준히 감소 추세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지난 2020년 3만3707개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2만5987개로 7720개(22.9%) 감소했다.
더불어 고임금 근로자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국민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사고도 늘고 있어 총파업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을 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주 5일제를 금융권이 선도적으로 도입할 당시는 세계적으로 주 5일제가 보편화된 상황이라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며 "반면 지금은 주 4.5일제가 국제적으로도 보편적이지 않고 국민적 합의도 형성되지 않아 금융권만 앞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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