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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종호 이등상사’ 투병 중 아버지 기다린 아들에 72년 만에 귀환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3 16:01

수정 2025.09.23 18:42

국군 7사단 소속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서 정전 이틀 앞둔 25세에 전사
아들 조정원 씨 “어머니와  합장할 수 있어 감사해” 소회 밝혀
고 조종호 이등상사(현 계급 중사) 생전 사진. 국방부 제공
고 조종호 이등상사(현 계급 중사) 생전 사진. 국방부 제공
고인의 유가족, 왼쪽부터 아들 조정원 씨의 배우자 전우혜 씨(74세),조정원 씨, 조정원 씨의 딸이 고인의 생전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고인의 유가족, 왼쪽부터 아들 조정원 씨의 배우자 전우혜 씨(74세),조정원 씨, 조정원 씨의 딸이 고인의 생전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의 고(故) 조종호 이등상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3일 국유단에 따르면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이번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대전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친아들 조정원(76) 씨 자택에서 열렸다.

국유단장 직무대리 조해학 중령은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아들 조 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정말 뭐라 기쁨을 다 말할 수 없다. 여태껏 어머니를 현충원에 모신 것으로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 평생 소원대로 이제 아버지 유해를 찾았으니 현충원에 합장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현재 투병 중인 그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이날 행사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고인의 신원확인은 무엇보다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리기 위해 유전자 시료채취를 한 아들이 있어 가능했다. 고인의 아들인 조 씨는 지난 2009년 4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영동군보건소를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 당시 생존해 있던 어머니 고 권막분 여사는 남편과 함께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소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영정이나 위패로 봉안된 분의 배우자는 위패로도 함께 봉안할 수 없었던 탓에 조 씨가 어머니 소원을 위해서는 아버지 유해를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2017년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서 2019년에 작고한 고 권막분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안치될 수 있었다.

고 조 이등상사는 6·25전쟁 발발 이후 3년여 동안 강원도 평창군 하진부리부근 전투, 강원도 인제군 현리전투, 강원도 양구군 백석산 전투 등 여러 전투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긴 역전의 용사였다.

정전협정을 이틀 앞두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은 전투에서의 혁혁한 전공(戰功)을 인정받아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올해 12번째로 신원확인된 호국영웅이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가족의 품으로 모신 국군 전사자는 총 260명이 됐다.

국유단 관계자들과 유가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운데가 고인의 생전 사진을 들고 있는 고인의 아들 조정원 씨. 국방부 제공
국유단 관계자들과 유가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운데가 고인의 생전 사진을 들고 있는 고인의 아들 조정원 씨. 국방부 제공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사진 왼쪽)가 유가족인 아들 조정원 씨의 배우자 전우혜 씨(74세))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jpg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사진 왼쪽)가 유가족인 아들 조정원 씨의 배우자 전우혜 씨(74세))에게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고 있다.jpg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