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우리는 더 위축
성장에 보상, 파격 지원책을
성장에 보상, 파격 지원책을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기업 숫자만 보면 여전히 미국이 우세하다. 미국이 600개가 넘고, 중국은 274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숫자는 미국의 절반엔 못 미치지만 속도는 압도적이다. 미국은 10년간 6.5% 증가율인 반면, 중국은 무려 52%나 급증했다. 이 속도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역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어 주도권 쟁탈전은 갈수록 첨예해질 것이다. 여기에 맞는 우리의 대비책도 절실하다.
한국 기업은 규모와 속도 둘 다 약세다. 미국과 중국의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기존 골리앗 기업을 무너뜨리고 덩치를 키우고 있을 때 우리는 그 반대로 간 것이다. 10년 전 2000대 기업에 66개사가 있었으나 올해는 62개로 쪼그라들었다. 기업의 매출액 성장률 격차는 더 심각하다. 2000대 기업의 국가별 합산 매출액을 비교하면 중국은 10년 새 무려 95% 증가했다. 미국도 60% 넘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우리는 15% 늘어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산업의 판을 바꿀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해야 성장에 폭발력을 갖는다. 미국은 엔비디아, 유나이티드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 중심의 첨단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이들 기업의 10년간 매출 성장률은 각각 2787%, 314%, 281%에 이른다. 테슬라, 우버 등 신생기업의 활약도 대단했다. 중국은 알리바바, 비야디, 텐센트, 샤오미 등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파워차이나, 디지털차이나그룹 등 에너지와 다양한 산업군에서 성과를 냈다. 우리의 경우 새로 2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카카오뱅크 등 금융사 정도다.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막혔다는 걸 말해준다.
기업의 모험심을 자극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할 제도적 기반에 공을 들여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세계은행의 기업가정신 데이터를 활용해 22일 발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를 보면 한국은 미국, 스위스 등에 이어 5위다. 규제와 인력 문제가 해소되면 지수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귀담아들어야 할 지적이다.
거미줄 규제와 인력수급 미스매칭 구조만 개선돼도 기업 환경은 한결 밝아질 것이다. 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직된 제도와 규정은 기업 발목을 잡고 성장 포비아까지 확산시킨다. 국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되는 비중이 겨우 1%다. 기업이 성장하면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대가를 치르는 구조라면 누가 기를 쓰고 성장하려고 하겠나. 정책의 틀이 성장 지원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즉시 대응 가능한 유연한 제도를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