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 징역형 집행유예
檢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징역 7년 구형
林 "사법부 위기 상황 초래…무한 책임 느껴"
[서울=뉴시스]홍연우 장한지 기자 =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월 27일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23일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홍지영·방웅환·김형배) 심리로 진행된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단에는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세 차례 법원 자체 조사 결과, 피고인 다수의 행위는 심각한 행정권 남용 및 부적절 행사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며 "특정 법관을 타깃으로 한 동향 파악과 제재성 수단을 검토한 것은 행정권 남용 해당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추진 등의 이익 도모를 위해 재판을 로비 수단으로 활용하고, 대내외적 압박 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며 "법관 비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정보를 허위로 수집하고 허위 국가 예산을 배정받아 국고에 손실을 일으켰다"고 했다.
또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사건 등을 차례로 언급하며 "개별적이고 단편적으로 유·무죄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과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 유기적이고 계속적으로 이뤄진 조치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재판 개입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외교부 문건에 기재된 입장을 옮겨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며 "관련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은 대외관계 업무를 담당한 피고인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외 다른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영향을 주려 했다는 의견에 객관성이 없다"고 맞섰다.
최후진술에 나선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사법부에 대해 광풍과 같이 휘몰아친 전방위적 수사를 일컫는 '사법농단' 수사는 우리 사법부 초유의 비극적 흑역사이자 80년 사법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분수령이라 일컬어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사법부를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 끌어올리자며 작은 힘을 보탰던 피고인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사법부에 절망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며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에게 너무나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겼고, 피고인은 현재도 극도의 자괴감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에 근무할 당시 모두가 꿈꾸고 염원하는 사법부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역동적으로 실천적 노력을 다했어도 결과적으로 사법부가 심한 내홍을 겪고, 사법개혁이 표류하는 현 상황에 대해 진정어린 자기반성을 하며 사죄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가장 소중한, 모든 것이었던 사법부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7일 오후 2시를 항소심 선고기일로 지정하고 결심공판을 마무리했다.
앞서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혐의,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성향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혐의 등이다.
1심은 지난해 2월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사법부의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이념이 유명무실하게 됐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됐을 뿐 아니라 법원 구성원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질타의 대상이 됐고, 긴 시간 동안 유죄로 판명된 사실보다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해야 했던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며 "이 사건 범죄와 관련해 500일이 넘는 기간 구금되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검찰은 2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2심 선고는 오는 11월 26일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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