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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H-1B 비자 수수료, 미 스타트업 싹 자르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4 03:24

수정 2025.09.24 03:24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비자 제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비자 제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로 부르는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책정한 것이 결국에는 미국 스타트업의 싹을 자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CNBC는 23일(현지시간) 이처럼 높은 비자 수수료로 인해 미 스타트업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고 스타트업 창업자,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1B 비자는 기업들이 임시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정보기술(IT), 의료, 엔지니어링 등 고숙련 일자리에 배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자다.

그러나 미 스타트업들은 이 비자 연간 쿼터가 제한적이어서 이미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덮친 비자 수수료 대폭 인상은 스타트업들을 고사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미 고용, 급여 관리 플랫폼인 워크스트림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데스먼드 림은 지난 1년 워크스트림이 신청한 모든 H-1B 비자가 거절됐다면서 이 때문에 우수한 해외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1년 전만 해도 워크스트림이 H-1B 비자로 두세 명을 고용했고 이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구명줄이 됐다고 말했다.

림 CEO는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인 자사의 경우 모든 고용이 귀하다면서 H-1B 비자가 수속에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최고 인재만을 엄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수수료를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함에 따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해외 우수 인재 확보는 꿈도 꾸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혁신 전문가들은 H-1B 비자 수수료 폭등으로 가장 타격을 크게 입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플루언트 벤처스의 경영파트너 알렉산더 라자로는 10만달러 수수료는 이미 기반을 갖춘 빅테크보다 이제 태동하는 스타트업들에 더 큰 충격을 준다면서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인재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비용을 감당할 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은 대개 미국 내에서 원하는 인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DC의 IT혁신재단 사장 로버트 앳킨슨은 해외 인재가 스타트업 생존과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 수수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이민 빗장을 걸어 잠그고 해외 인력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미 기업들의 해외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 기존 인력들도 미국에서 떠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럽 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미국에 인재를 빼앗기는 ‘두뇌 유출’을 수년째 걱정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흐름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럽 벤처캐피털 옥토퍼스 벤처스의 인력 부문 책임자 로라 윌밍은 미 이민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기술 인재들이 미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담장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으로 갈 생각을 하던 해외 인재들이 이제 영국, 유럽 같은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