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르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아르헨티나 시민들의 반발은 최근 치러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한 것으로도 확인된다.
다음 달 중간 선거에서도 패배하면 밀레이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면서 경제 정책도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밀레이의 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환호하던 투자자들도 아르헨티나 경제에 고통만 늘고, 성과는 없자 이제 밀레이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통화 스와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권을 돕기 위해 미국이 동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일시적으로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밀레이가 약속한 “경제 충격 요법에 따른 경제 회복”은 아르헨티나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후퇴하고 있고, 밀레이의 강력한 긴축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의류 매장들은 문을 닫고 있고, 연금생활자들과 교사들은 생필품도 충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금융 시장은 성장이 붕괴되면서 동반 폭락하고 있다.
밀레이가 약속했던 V자 경제 회복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안정적인 경제는 그저 신기루가 됐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2분기 마이너스(-) 성장했고, 실업률은 밀레이 취임 당시 5.7%이던 것이 지금은 7.6%로 뛰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밀레이 취임 뒤 아르헨티나 일자리 수는 약 20만개 줄었다.
트럼프는 23일 유엔 총회에서 밀레이 옆에 앉아 “그가 엄청난 성과를 냈다. 우리는 그를 100% 후원한다”고 말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 전망은 어둡다.
취임 22개월째인 밀레이는 여전히 경제 실패를 전임 좌파 정권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자유주의 시장 실험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 경제 지표들로 입증이 되고 있다.
밀레이의 업적은 딱 하나다.
그가 인위적으로 페소화 가치를 끌어올리면서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이 안정됐다. 2023년 12월 26%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8월에는 1.9%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페소 강세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줄었다. 당장 내년 1월에는 갚아야 할 45억달러에 이르는 아르헨티나의 달러 표시 국채를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갚을 돈이 부족하다.
페소 강세로 아르헨티나는 수출 경쟁력을 잃었고, 신발과 의류 등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아르헨티나의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타격을 받았다.
진보성향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빈 브룩스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아르헨티나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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