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럼프 압박 통했다…中,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4 14:44

수정 2025.09.24 14:44

중국, 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별대우 포기 공식 선언 리창 총리, 유엔총회 참석 중 별도 회의서 발표 WTO 사무총장 "수년간 노고의 결실" 긍정 평가 트럼프 대통령의 2019년 요구 수용한 조치로 해석 미중 무역협상 국면 변화 가능성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특별대우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국이 줄곧 지적해온 '개도국 지위 남용'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미중 무역협상 국면과 맞물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WTO 협상에서 새로운 특별·차등 대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이다. 이번 발언은 중국이 주재한 별도 회의에서 나왔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년간 노고의 결실"이라며 "중국의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환영 메시지를 보냈다. WTO는 개도국에 대해 규범 이행 유예, 무역 자유화 의무 완화, 기술·재정 지원, 농업·식량안보 보호 조치 등 이른바 특별대우(SDT)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는 가입국의 자의적 선언에 의존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도 WTO에 1995년 가입하면서 개도국 지위를 선언했지만 2019년 10월 스스로 포기한 바 있다. 당시 배경에는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해 중국과 한국 등 경제력이 충분한 국가들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특혜를 받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한국은 불과 3개월 만에 지위를 내려놓았다.

이번 중국의 결정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는 무역협상에서 줄곧 걸림돌이 돼온 논쟁점을 해소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개도국 제도의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며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임에도 개도국 지위를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해 왔다.

중국의 이번 발표로 WTO 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자발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만큼 인도, 브라질 등 다른 주요 신흥국에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농업 보조금, 시장 개방 의무와 관련한 협상 지형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