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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新평화구상 'END' 띄웠다… 北 대화 끌어낼지는 의문 [李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성석우 기자,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4 18:03

수정 2025.09.24 18:02

북핵은 '중단 → 축소 → 폐기'로
"현실적 제안" "北 의지가 변수"
실효성 놓고 전문가 전망은 갈려
"대한민국, 국제사회 완전히 복귀"
李대통령, 최대 다자무대서 선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명한 접근"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명한 접근"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울·뉴욕(미국)=성석우 서영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한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축으로 포괄적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접근"이라는 평가와 "북한의 의지·강대국 역학 탓에 단기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신중론을 동시에 내놨다.

■신뢰 3원칙 앞세워 대화 복원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ND 이니셔티브' 구상을 중심으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을 열자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교류가 평화의 문을 여는 첫 단추라는 설명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굴곡진 남북 관계의 역사가 증명한 불변의 교훈"이라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비핵화는 단기간 해법이 어렵다는 전제를 깔았다. 따라서 핵·미사일 능력의 '중단'을 출발점으로 '축소'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3단계 방식을 제안했다. 검증과 안전보장, 제재조정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END' 구상의 작동 조건으로 △상대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지양 등 세 가지 신뢰원칙을 천명했다. 정부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일관되게 모색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END' 구상에 공감을 표하며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의 기여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정상외교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정상외교가 안정 궤도에 올랐다"며 APEC 등 하반기 일정과 연계해 외교적 지지기반을 넓히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를 향해 민주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의 미래를 논의할 이 유엔총회에서,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 선언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이뤄졌지만 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한층 더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적 제안" "北 의지 등 변수"

'END' 구상의 실효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홍규덕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곧바로 복원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 태도와 국제환경이 관건이라고 꼽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부정했고, 중동·유럽 현안이 겹쳐 국제적 주목도를 당장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대외환경을 최대 난제로 봤다. 홍 교수는 "중러가 대북제재 반대와 미국 지역지배 견제를 공동선언으로 구체화했다. 미중 경쟁 속 한국 이슈가 주변부로 밀릴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해법으로는 "APEC에서 미중 주목도가 클 수 있다. 한국은 북미 중재에만 머물지 말고 한일 공조를 포함해 '페이스메이커'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END 구상에 대해 "현실을 반영한 실용적 제안"으로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비핵화를 단번에 요구하기보다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로 관리·단계화한 점이 현 구도에 맞다"고 설명했다. 메시지의 의미에 대해서는 "새 정부의 평화구상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와 결이 다른 업데이트"라고 했다.

we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