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정·지자체

수개월 걸리는 행정 사흘 만에 끝내… 공공 현장 AI혁신 가속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4 18:13

수정 2025.10.14 15:58

'AI 챔피언'공무원 2만명 양성
행안부, AI전문인력 인증제 도입
공무원 개개인 AI역량 강화 차원
정책 홍보물·민원 매뉴얼 제작 등
현업 과제 해결형 교육으로 인기

AI 활용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서비스 구현을 위한 팀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AI 활용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에 참가한 공무원들이 서비스 구현을 위한 팀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한국 행정의 최전선에서는 조용하지만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무대는 대규모 시스템 개발 현장이 아니라, 공무원 개개인의 책상 위다. 예를 들어, 당직 근무표 작성은 더 이상 늦은 밤까지 붙잡고 씨름해야 할 업무가 아니다. 교육과 실습 과정을 거친 담당자는 스스로 자동 배정 시스템을 설계해 버튼 클릭 한 번으로 근무표를 뽑아낸다. 개발자가 아닌 보건소 실무자는 단 3일간의 집중 교육과 실습 과정을 수강한 후, 고혈압 관리가 필요한 주민에게 맞춤형 산책길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직접 구현했다.

민원 키워드를 분석해 핵심 불만을 시각화하고, 과거라면 수개월의 외주 용역으로도 쉽지 않았을 '지역 데이터와 연동한 휴가지 유형 추천 결과물' 등이 교육생들의 손끝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행안부는 AI 기술로 행정 서비스를 국민에게 혜택이 되도록 바꿔나갈 현장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다. 이제 공무원은 단순한 기술 수용자가 아니라 AI로 일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행정 현장에서 반복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공무원은 정책의 본질을 다듬는 데 주력하도록 교육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AI 챔피언' 인증으로 전문성 공인

24일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추진중인 공직 내부 AI 인재 양성 설계도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나열이 아니다. 교육-인증-컨설팅-거점리더 양성이라는 네 개의 축을 유기적으로 묶어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AI 챔피언' 인증으로 그 전문성을 공인받게 한다. 이렇게 양성된 인재들은 기관 맞춤형 컨설팅과 실습 프로젝트로 이동해 배운 지식을 바로 현업 문제 해결에 적용한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올해 교육 과목별 평균 신청자수는 지난해 75명에서 올해 144명으로 치솟았고, 온라인 학습 참여자는 7만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3일간의 짧은 기간에도 실용적인 결과물을 뽑아내는 노코드 AI 서비스 구현 과정은 만족도 97%라는 기록을 남겼다. 신성진 한국데이터사이언티스트협회 대표는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가장 중시한 것은 공무원들이 마주하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AI는 보여주기식 기술이 아니라 민원 처리,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일상의 행정 업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실질적 도구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생들이 만들어낸 성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강릉시 교육생은 평가위원 후보자 모집과 접수 절차를 자동화해 행정의 병목을 뚫었고, 성동구 교육생은 공문 내용을 분석해 폐쇄망 시스템인 'e호조' 입력값을 자동 가이드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사혁신처 교육생은 국가공무원 채용 법령을 설명하는 챗봇을 만들었고, 관세청 교육생은 HS코드(국제통일상품분류코드)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등 성과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행안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설계한 '공공 AI역량 트랙' 과정은 국내 최초의 전 주기형 교육 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제 정의-데이터 분석-프로토타이핑-기술 구현-전략적 확산에 이르는 AI 프로젝트 전 과정을 포괄한다. 공공 AI역량 트랙은 전 직원 AI 기본 활용부터 기관별 거점 리더 육성까지 체계적인 접근 방식으로 설계됐다.

공통과정은 모든 공무원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기초 역량 강화 과정으로, 생성형 AI 이해, 데이터 리터러시, 공공 AI 윤리 등 필수 과목이 포함된다. 선택과정은 총 12개 과목으로 업무 효율화, 서비스 기획, 데이터 분석, 고급 전략 등 4개 카테고리로 나뉘어 설계됐다.

행안부는 교육 성과를 제도화하기 위해 'AI 챔피언' 인증을 도입했다. 실제 행정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하는 국가 인증 체계다. 인증 평가는 철저히 실무 과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가령 소비 쿠폰 홍보 콘텐츠 기획 및 제작, 공공자전거 대여소 배치 최적화, 민원 매뉴얼 챗봇 제작 등 실제 업무와 직결된 실습 작업 수행 결과를 평가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2%에 해당하는 2만명을 AI 챔피언으로 양성해 각 부처와 기관에 혁신의 씨앗을 심을 계획이다.

■AI 인재 양성 시스템 지속 혁신구조 창출

인재 양성이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행안부는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AI 기술 도입을 위한 시험 프로젝트 컨설팅(PoC 컨설팅)을 운영한다. 교육을 통해 기본 역량을 갖춘 담당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기술적·조직적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전문가 그룹이 직접 지원한다.

예를 들면 행안부는 '재난 문자 외국인 안내 서비스 개선' 과제를, 병무청은 '병무 행정 AI 비서' 개발을, 조달청은 '공공조달 상담 시스템 구축'을 각각 AI 도입 컨설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컨설팅은 개인 역량 강화를 넘어 기관 업무의 AI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 정제, 모델 적용, 서비스 구현까지 함께 수행하며 조직의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행안부의 AI 인재 양성 시스템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역량인증-AI 컨설팅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용석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공무원 개개인이 AI 챔피언으로 성장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행정 혁신의 길"이라며 "체계적인 교육과 실무형 컨설팅을 통해 공공부문 전반의 AI 전환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fn-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공동제작>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