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삼각파도 마주한 원전산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4 18:25

수정 2025.09.24 18:27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원자력 산업이 삼각파도에 갇혔다. 탈원전을 극복하고 세계 원전 부흥의 기회를 맞아 비상할 것 같던 기대와 달리, 사방에서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형국이다. 오른쪽 파도는 해외에서 밀려왔다. 체코 원전 수주로 날아오를 것 같던 한국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발목을 잡혔다. 국민적 자부심이었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은 공사비 정산 문제를 두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중재소송까지 가는 갈등이 불거졌다.

'주어진 예산과 공기 내 사업 완료'라는 우리 원전 산업의 상징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왼쪽 파도는 국내 원전 산업의 불안감이다.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소형모듈원전 1기와 대형원전 2기가 각각 2035년, 2037~2038년 준공으로 반영됐다. 애초 3기였던 대형원전이 2기로 축소됐지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신규 원전의 급선무는 부지 확보다. 정부와 한수원은 공모 방식으로 부지 확보를 계획하고 있지만, 공모 과정과 시간을 고려하면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 하지만 정작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개의 파도가 충돌하며 만들어진 삼각파도는 맞바람에 더 거세지고 있다. 수출을 제외한 원전 사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는 소식이다.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과연 산업 진흥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원전 업계 전반에 드리워 있다. 이런 상황에 원전 산업의 수장인 한수원 사장마저 경질됐다. 거친 파도가 몰려오는데 선장 없는 배와 같다.

삼각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한수원 사장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공기업 수장 임명은 최소 두세 달이 걸린다. 자칫하면 올해 안에 새 사장이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사장이 부재하더라도 이미 추진하기로 한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진행 중인 해외 사업 등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이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원전 10기의 계속운전 인허가 문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에 따른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해법 마련도 시급하다.

새로 임명될 한수원 사장은 삼각파도를 마주한 원전 산업을 구할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 국민적 실망이 돼버린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약에 갇힌 상황을 타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돌파구로 반전시켜야 한다. 산적한 현안에 막혀 있는 국내 원전 산업에도 새 길을 뚫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파도를 피한다고 좌우로 방향을 틀면 전복되기 쉽다. 마주친 파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이를 정면으로 타고 넘을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배를 모르는 선장 없듯이 원전이라는 배를 파도 위로 밀어올리려면 원자력에 대한 깊은 경험과 기술에 대한 이해 또한 필수다. 지금 상황은 탈원전 시국에 비해서도 만만치 않다.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적임자가 한수원의 키를 잡기를 바란다.

■약력 △64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원자력전공 박사 △21대 국회 경제외교 에너지분야 자문위원 △34대 한국원자력학회장△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국가과학기술심의위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 △외교부 과기외교자문위원(현)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