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빚 못 갚는 취약 자영업자 대출 130조원...부실 폭탄 '째깍'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5 11:00

수정 2025.09.25 11:00

■한국은행 9월 금융안정 상황 점검
가계 취약차주 140만명·부채 100조원
자영업 취약차주 44만명·부채 130조원
연체율 2022년 하반기 이후 큰 폭 상승
“이자부담 완화 등 정책 지원 추진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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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취약차주 연체율이 2022년 하반기 이후 올해 2·4분기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 대출이 13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고령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이 30%에 육박하며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맞춤형 채무조정 등을 통화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하고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약차주 규모·대출 비중, 자영업자 중심으로 ‘쑥’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말 현재 가계와 자영업자 기준 취약 차주(저소득 혹은 저신용 다중채무자)는 각각 138만3000명, 43만7000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각각 가계대출 99조9000억원, 자영업자대출 13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과 자영업자대출 모두 취약차주로 분류된 차주는 총 21만4000명으로, 이들은 총 53조1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 취약차주의 경우 올해 2·4분기 기준 차주 수 비중이 7%, 대출 비중은 5.2%로 2021년 이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경우 차주 수 비중이 14.2%, 대출이 12.2%로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취약차주 대출을 금융업권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2025년 2·4분기 말 현재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보유한 비은행 대출 비중은 각각 60.5%, 53.9%로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 차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취약차주의 경우 가계와 자영업자의 비은행 대출 비중이 각각 36.9%, 38.0%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지난 2021년 말 60.6%에서 올해 2·4분기 말 60.5%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은행 대출 비중은 2021년 말 45.1%에서 올해 2·4분기 말 53.9%로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취약차주 대출을 연령별로 구분하면, 가계 취약차주 중 70세 이상 고령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4분기 말 9.8%로 20~30대 차주(22.2%)의 약 44%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경우 고령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28.7%)이 20~30대 차주(8.7%)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진입률·지속률 모두 상승세...부실 장기화 우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2·4분기 말 각각 0.93%, 1.78%로 대체로 상승세를 지속한 가운데, 특히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각각 10.48%, 11.34%로 2022년 하반기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 중 연체차주의 비중도 같은 기간 크게 상승해 올해 2·4분기 말 현재 각각 20.1% 및 25.6%를 기록했다.

이에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들의 신규로 연체에 진입하는 비율(연체진입률)과 연체 상태를 지속하는 비율(연체지속률)도 크게 상승했다. 2021년 중 약 2.5% 수준을 기록하였던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진입률은 올해 2·4분기 말 각각 3.90% 및 4.42%로 높아졌다.

가계 차주의 경우 연체지속률이 2021년 1·4분기 말 75.6%에서 올해 2·4분기 말 74.9%로 감소했다. 반면 취약 자영업자 차주의 연체지속률은 같은 기간 71.0%에서 74.9%로 높아지면서 전체 자영업자도 69.8%에서 77.4%로 크게 높아져 자영업자 대출 연체의 장기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최근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진입률과 연체지속률이 모두 상승세를 보이는 등 취약차주의 부실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확대·장기화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다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취약차주의 특성상 부실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으므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선제적으로 높이는 등 신용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자영업자의 소득 회복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과 이자부담 완화 등을 통해 이들의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하는 데 힘쓸 필요가 있다”며 “최근 추경을 통해 추진되고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새출발기금 확대 등의 대책은 자영업자의 소득 보완 및 연체 완화를 통해 이들의 채무부담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