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남극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던 동료 과학자를 성폭행한 피고인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극한 환경의 오지인 남극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성폭행 범죄로 손꼽힌다.
24일(현지시간) 칠레 푼타아레나스 형사법원은 강간 혐의로 기소된 칠레 국적 생물학자 호르헤 가야르도 세르다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할 예정이며, 칠레 법원은 다음 달 3일 형량 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세르다는 지난 2019년 2월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리빙스턴섬 서쪽 끝자락에 있는 바이어스 반도에서 탐사 활동을 하던 중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프랑스 출신 동료 여성 과학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예르모 카디스 바츠키 판사는 칠레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신빙성 있는 증거는 이 사건 무죄 추정을 뒤엎고 피고인 불법 행위를 여지 없이 입증할 수 있었다"며 "이에 따라 피고인 행위의 비범죄성을 증명하려 한 변호인 측 주장을 배제한다"고 설명했다.
칠레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전 연구 프로젝트에서 만나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로, 베이스캠프에는 이들 말고도 다른 2명의 과학자가 더 있었으나 사건 발생 당시엔 거리가 조금 떨어진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검찰은 "인적 드문 외딴 지역에 있다는 취약점을 악용해 피고인이 강간을 범했다"며 남극에서 과학자가 성폭행을 저지른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검찰 측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고립된 극한의 환경에서 휴식 중이던 피해자는 당시 명백히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포바에 등 복수의 외신은 피해자는 이 사건에 따른 우울증세로 연구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피해자는 2023년 7월 칠레남극연구소(INACH)를 통해 세르다를 고소했고, 검찰은 범죄 발생지 사건 관할과 관할 사건 수사 등에 대한 규정을 검토한 뒤 정식 수사를 벌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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