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론'... 과학계와 충돌
트럼프, 과학적 증거 대신 지지층 결집 위한 '기후위기 부정'
과학계는 "기후위기 확신 정도 '진화론·판구조론 수준' 도달"
트럼프, 과학적 증거 대신 지지층 결집 위한 '기후위기 부정'
과학계는 "기후위기 확신 정도 '진화론·판구조론 수준' 도달"
[파이낸셜뉴스]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후 변화 부정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폄훼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후 과학 논문의 99% 이상이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는 등 과학계는 명확하고 일관된 목소리로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기후변화는 사기"주장...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자행된 최대의 사기극"이라며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기후 변화'(climate change)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악의적으로 내린 이 모든 예측은 틀렸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과학적 근거보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정치적 지지층 결집이라는 두 가지 핵심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석유, 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화석 연료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왔으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규제는 이러한 산업의 수익성과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기후 변화 부정론은 그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백인 노동자들과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 협약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시키고, 석탄 광부와 같은 전통 산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트럼프는 "날씨가 추운데 지구 온난화가 무슨 말이냐"와 같이 단기적인 기상 현상을 근거로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종종 했다. 이는 복잡한 과학적 데이터와 장기적인 추세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의존하는 태도라는 지적이다.
최근 10년은 가장 뜨거운 기간...'인간때문에 기후변화' 과학계에선 종결된 논쟁
트럼프와 같은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의 억지 주장에도 불구 과학계는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코넬 대학교 연구팀이 2021년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했다는 과학적 합의가 9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 변화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과학계에서는 사실상 종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마크 리나스는 "과학계에 인간이 기후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언급하며, 과학적 확신 정도가 진화론이나 판 구조론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 변화 부정론에 대한 반박의 근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증거는 이론이나 예측이 아닌, 이미 관측되고 있다.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최근 10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기간으로 기록됐다. 유엔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예측 모델은 실제 기온 상승 추세와 매우 근접하게 일치하고 있다.
고대 빙하 코어에 갇힌 기포를 분석하면 지난 80만 년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 수 있다. 과거 자연적 변화 주기에서 최고 농도는 300ppm을 넘지 않았지만, 현재는 420ppm을 돌파했다. 이는 산업화 이후 인류의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결과라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다.
해수면 상승도 지구 온난화의 증거다. 해수면은 1900년부터 1990년까지는 연간 1.2~1.7mm의 속도로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1993년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해수면 상승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져, 연간 3.3mm 이상 상승하고 있다. 2024년에는 연간 약 5.9mm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후·환경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입니다.
에너지의 생산 방식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거나, 반대로 기후나 환경의 변화가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이유범의 에코&에너지 인사이트]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기후·환경 및 에너지 이슈를 들고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