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예산' 사라지고 '금융' 못챙긴 기재부... '경제 사령탑' 위상 흔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5 18:50

수정 2025.09.25 21:55

정부조직법 개정안 금융위 개편 철회로
기재부 내부 "경제정책 총괄 불가능" 반발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 2020.11.23/뉴스1 /사진=뉴스1
기획재정부 전경 (기획재정부 제공) 2020.11.23/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개편 내용을 일단 제외하기로 하면서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재정경제부가 예산기능은 없어도 금융정책 기능을 흡수해 ‘경제 컨트롤타워’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예산권은 기획예산처로 넘기고 금융정책 이관도 무산되면서 위상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정부·여당·대통령실은 이날 긴급 고위 당정 협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신설과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대규모 인력의 세종 이전을 피했고, 금융감독원도 소비자보호원 분리를 막아내며 현행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금융당국 개편이 백지화되면서 내년 출범할 재정경제부의 입지는 한층 좁아졌다.



애초 정부조직 개편안은 기재부를 쪼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재정경제부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까지 흡수해 재정·세제·국고·금융을 총괄하는 부처로 설계됐다. 예산권을 잃더라도 금융정책을 되찾아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실질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금융위 개편이 빠지면서 이 같은 구상은 무산됐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곧바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공무원은 “암담하다. 경제정책 총괄은 어렵다는 차원을 넘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재경부 간판만 남은 반쪽 부처”라는 냉소도 퍼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의 본래 취지는 거대 부처였던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산은 기획예산처로 넘어가고 재정경제부는 금융 정책을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 이에 따라 내년 출범할 재정경제부의 위상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커진다.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 부처라는 간판은 유지되지만, 예산과 금융이라는 핵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실질적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기재부는 같은 날 배포한 언론 공지를 통해 “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되면 경제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