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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다음달부터 트럭-가구-의약품에 25~100% 관세 추가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6 11:18

수정 2025.09.26 11:18

트럼프, 10월 1일부터 외국 대형 트럭에 25% 관세 추가
수입 가구에도 50% 관세...의약품에는 100%
미국에 공장 짓는 제약 기업 제품에는 관세 안 붙여
무역확장법 232조 동원...반도체 등 다른 수입품도 조사중
트럼프 관세 전쟁 확장, 韓 의약품 피해는 지켜봐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UPI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UPI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자동차와 철강 등 다양한 수입품에 품목별 관세를 추가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수입 의약품과 대형 트럭, 주방·욕실 가구 등에 25~100%에 달하는 관세를 당장 다음 달부터 추가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정부의 품목별 관세 범위는 현재 진행 중인 당국 조사를 감안하면 앞으로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대형 트럭·수입 가구·의약품에 25~100% 관세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달아 글을 올렸다. 그는 첫 게시물에서 "우리의 위대한 대형 트럭 제조사들을 불공정한 외부 경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10월 1일부터 외국산 대형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에 따라 피터빌트, 켄워스, 프라이트라이너, 맥 트럭스, 다른 업체들 등 우리의 위대한 대형 트럭 제조회사들은 외부 방해의 맹공으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트럭 운전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재정적으로 건실하고 강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이는 국가 안보 목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총중량이 11.8t 이상인 트럭을 대형 트럭으로 간주한다.

트럼프는 다음에 올린 게시물에서 10월 1일부터 "모든 주방 수납장, 욕실 세면대 및 관련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추가로 겉천이 씌워진 가구(Upholstered furniture)에 3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겉천이 씌워진 가구는 목재나 철재가 그대로 노출되지 않고 천이나 가죽으로 씌워진 소파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외국에서 이들 가구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기에 관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매우 불공정한 관행이지만, 국가 안보와 다른 이유로 우리의 제조 과정을 지켜야 한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트럼프는 3번째 게시물에서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원본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해당 의약품을 만드는 기업이 미국에 의약품을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는 건설이라는 개념에 대해 "착공 또는 공사 중을 의미한다. 건설을 시작한 업체에게는 관세를 추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제약 회사들은 이미 트럼프 정부의 미국 생산 요구에 맞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 제약회사 GSK는 앞으로 5년간 미국 내 연구개발과 공급망 기반시설에 300억달러(약 42조32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도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 50억달러를 들여 제조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앞서 존슨앤드존슨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제조, 연구 및 기술 부문에 5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21년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현지 가구점 직원이 주방 가구를 옮기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021년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현지 가구점 직원이 주방 가구를 옮기고 있다.AFP연합뉴스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확대...관세 범위 넓어질 듯
트럼프 정부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트럭과 가구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준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상무부의 조사·보고를 거쳐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에 해당 조항을 적용하여 보복관세를 추가했다.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과 중·대형 트럭 및 그 부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수입 가구에 대한 조사는 지난 8월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품목별 관세 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상무부는 반도체, 항공기, 핵심 광물 등 다른 수입품에 대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상무부는 24일 연방정부 관보를 통해 로봇과 컴퓨터 제어를 받는 기계 시스템 수입이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계류에는 산업용 스탬핑·프레싱 장비, 작업물 절단·용접 기계, 금속 가공용 특수 장비, 의료 장비 등이 포함된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조사가 트럼프 정부를 견제 중인 법원 재판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별개로 올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향해 ‘펜타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4월에는 같은 법을 근거로 한국 등에 ‘상호관세’를 적용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트럼프 정부의 IEEPA 발동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한창이며,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2심 판결에서 IEEPA에 기반을 둔 관세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나 다른 법률을 이용하면 계속 관세를 걷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트럭·가구 관련 조치는 한국 기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의 대미 화물차 수출은 올해 1∼8월 450만달러(약 64억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가구류 전체 수출 규모는 3000만달러(약 424억원) 수준이었다.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7월 한미 무역합의 당시 한국산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해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 10일 미국 뉴저지주 플로렌스의 한 제약회사 물류 창고에서 의약품들이 옮겨지고 있다.AP뉴시스
지난 2018년 7월 10일 미국 뉴저지주 플로렌스의 한 제약회사 물류 창고에서 의약품들이 옮겨지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