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이러니 '먹방 유튜버' 억대 벌지…편의점 진열대 뒤집혔다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7 08:00

수정 2025.09.27 14:32

먹방 유튜버 박홍이 CU 말차디저트를 먹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먹방 유튜버 박홍이 CU 말차디저트를 먹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먹방 유튜브 콘텐츠가 유통업계의 신상품 개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에서 화제가 된 음식 아이디어가 소비자 반응을 검증받은 뒤 편의점과 카페, 베이커리 상품으로 재현되면서, 먹방은 단순한 온라인 콘텐츠를 넘어 새로운 '상품 기획 채널'로 부상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기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 편의점 등 유통채널의 신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U의 '수건모양 케이크'다. 크레이프 반죽과 크림을 돌돌 말아 수건처럼 만든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먹방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고, CU가 디저트로 출시하면서 예약 판매 4일 만에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GS25는 '벽돌케이크'로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네모난 형태와 묵직한 비주얼이 먹방 콘텐츠와 SNS에서 화제를 모으자, GS25가 디저트 제품으로 출시했다. 사전 예약 물량이 반나절 만에 완판됐고, 출시 2주 만에 누적 판매 10만개를 넘기며 편의점 디저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먹방은 사실상 사전 시장조사 기능을 한다"며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이 검증된 아이템을 제품화하면 실패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먹방 유튜버 오하루의 조합(왼쪽)을 콘텐츠로 활용한 아누누.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먹방 유튜버 오하루의 조합(왼쪽)을 콘텐츠로 활용한 아누누. 유튜브 화면 갈무리

먹방 유튜버들 사이의 '따라 먹기' 문화도 유행 증폭 요인으로 꼽힌다. 한 크리에이터가 독특한 조합을 선보이면 다른 유튜버들이 '누구님 조합'이라 명명하며 변형·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조합이 밈화되고, 특정 먹거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대세로 확산된다. 51만 구독자를 보유한 아누누는 최근 유튜버 오하루가 요거트에 말차가루를 섞은 뒤 요거꿀떡을 넣어 먹는 조합을 따라했고, 김치볶음밥에 생크림을 넣은 '크림 김치볶음밥'도 먹방 유튜버들의 단골 콘텐츠가 되고 있다.

최근 숏폼 먹방을 올리는 유튜버가 크게 늘면서, 편의점업계도 이를 제품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영상 하나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제는 먹방이 가장 빠른 소비자 반응 창구가 됐다”며 “신제품 아이디어 발굴뿐 아니라 출시 후 반응 체크까지 먹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방송에서 본 음식을 시간이 지난 뒤 제품으로 접했다면, 지금은 콘텐츠에서 출발해 소비자 요청을 거쳐 곧바로 출시되는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먹방이 단순한 '먹는 예능'이 아니라, 유통업계의 신제품 개발 방향을 읽는 사실상의 트렌드 리포트가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 입맛을 움직이는 주도권은 주방이나 연구소가 아니라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먹었는지에 따라, 다음 주 유통 매장의 진열대 풍경이 달라지는 시대”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