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올 때 짐 안 싸 들고 편하게 올 수 있고 노점이 있어서 오히려 사람들한텐 좋은 거 같아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 쉬는 날을 맞아 소풍을 나온 박용균 씨(27)가 한강 노점을 자주 찾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반면 여의도 한강공원 앞 아파트에 살아 자주 산책을 나온다는 박 모 씨(40대)는 "한강공원 노점들 때문에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손을 내저었다. 한강 노점들이 허가 없이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해당 노점상들이 사실상 생계형이고, 한강 피크닉 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보니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닌 합법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피크닉 명소'로 꼽히는 여의도 한강공원의 노점을 두고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짐도 줄고 편해요" vs "쓰레기 많이 나와"…엇갈리는 시민 반응
노점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보고 왔다는 김 모 씨(67세·여)는 "필요도 없고 얼마나 혼란스러워요"라며 노점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본인이 들고 오면 되지 않나"라며 직접 챙겨온 은박 돗자리에 포도, 족발, 페트병 맥주 등 직접 가져온 음식을 한가득 펼친 사진을 보여줬다.
반면 김 씨의 일행인 한 60대 여성은 "배달하고 저기서 사다 먹고 이러니 편하니까. 우리는 뭐 귀찮아도 젊은 사람들은 저런 게 있는 게 좋지"라고 맞섰다.
노점에서 빌린 돗자리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이 모 씨(27·여)도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원래 사서 오려다가 가격이 5000원밖에 안 하니까 그냥 가서 빌리자고 했다. 짐도 좀 줄어들고 좋다"라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는 10팀 중 8팀꼴로 노점에서 빌린 것으로 보이는 돗자리를 깔고 있었다. 오후 5시가 넘어 돗자리 노점 옆 음식 노점의 철판이 달궈지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핫도그, 새우튀김, 닭꼬치 등을 한 손에 든 채로 활보하기도 했다.
관리 맹점 속 '한강공원 노점'…“수변 공간 활성화 방안 모색해야”
문제는 현행법상 한강공원 노점은 엄연한 '불법'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한강공원을 관리하는 미래한강본부 여의도안내센터는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17조에 따라 노점을 단속하고 1회 7만 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로법 제61조를 근거로 2018년 6월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2019년 노점(거리가게) 허가제를 실시했지만 여의도 한강공원은 허가제 논의와 동떨어져 있다. 한강공원이 수변 부지에 해당해 영등포구와 도로법 대신 미래한강본부 여의도안내센터와 하천법의 관리 아래 있기 때문이다. 제도상 합법화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다만 다수 노점이 생계형인 데다 저녁때가 되면 자진 철거해 '불법 점용'으로 보기도 어려워 당국에서도 대집행에 적극 나서진 않았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여의도 노점상은 생계형이다 보니 월·화·수·목은 가급적 단속을 안 하고 계도 위주로 하고, (장사가) 어느 정도 되는 금·토·일은 과태료를 꾸준하게 부과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우리도 합법적으로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굉장히 많이 한다"고 했다.
2023년 김재진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은 환경수자원위원회 미래한강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오래전부터 계속됐고 시민의 이용이 있다면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생적이고 안전한 영업과 이용을 위해서라도 합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변 구역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렬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든가 한강 변의 수변 규제 강도가 좀 센데 우리가 그 규제를 해제함으로써 얻는 편익이 더 크다면 긍정적으로 해소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캐나다 캘거리 같은 도시에서는 저수지 등을 상수원으로 운영하면서도 놀이시설도 설치해 놓고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민들의 권리도 허용하는 선진 사례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 울산 식문화 거리 등 노점을 관광 활성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국내외 사례들이 있다. 시민들의 만족도 등이 크다면 관할 구청, 서울시가 협의를 통해 지정해 양성화하고 규약을 만들어 관리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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