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전 유사 사례에 법원 판단 엇갈려…창원 버스 노사, 재정 지원 요구
창원시 "노사 간 문제, 지원 근거 없다…사측이 노조 측과 상생 방안 찾아야"
버스업계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판결, 준공영제 창원시에 '뇌관'대구·대전 유사 사례에 법원 판단 엇갈려…창원 버스 노사, 재정 지원 요구
창원시 "노사 간 문제, 지원 근거 없다…사측이 노조 측과 상생 방안 찾아야"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 시내버스 6개 회사가 전·현직 운전기사 784명에게 통상임금 소급분 총 200억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최근 나온 가운데 이 여파가 준공영제를 도입한 창원시에도 미치고 있다.
버스업계 노사는 판결문을 받는대로 득실을 따져 대응방향을 정하겠다면서도, 통상임금 소급분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가 재정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벌써 한목소리를 낸다.
노사는 준공영제 하에서 시에 재정지원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는 전적으로 노사 간 문제여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 준공영제 버스회사들, 재정지원 요구 잇따라…법원 판단 엇갈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내버스 회사가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여파를 덜기 위해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요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통상임금 요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제시, 지난해 12월 고정성은 폐지) 이후 전국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랐고 버스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소송 패소 또는 합의 등에 따라 기사들에게 막대한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한 버스회사 중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일부는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지자체들은 사측의 재정지원 요구를 거부했지만, 이 처분이 적법한지를 살펴본 각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대구 한 시내버스 업체는 통상임금 소급분 사건 6건과 관련해 2019년 무렵 기사들에게 화해권고결정금 또는 합의금으로 총 8억6천만원 상당을 지급했다.
이 업체는 이후 이 추가 인건비에 대해 대구시가 재정지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업체는 2022년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이 판결은 항소 없이 2023년 7월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운전기사들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할 필요가 있지만, 시로서는 그뿐만 아니라 시의 대중교통 정책, 재정 사정, 예산집행 우선순위 등을 종합 고려해 보조금 교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재정지원금 교부 필요성에 관한 시의 판단은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가급적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에서도 13개 버스회사가 통상임금 소급분에 대한 재정지원을 요구했다가 대전시로부터 불허가 처분을 받자 이를 취소해달라며 2021년 소송을 낸 적이 있었다.
이들 회사는 통상임금 소급분 관련 31개 사건으로 기사 2천여명에게 2016년∼2019년 지급한 16억3천만원 등 21억6천만원 상당을 시에 보전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수당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 채 표준운송원가가 산정돼오다가 이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시가 표준운송원가를 수정해 운송원가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사측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은 승소했고, 이는 지난해 초 대법원에서 확정(심리불속행 기각)됐다.
1심 재판부는 "표준운송원가 산정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지침' 등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고, 이후 관련 민사사건에서 이 사건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기왕 이뤄진 표준운송원가 산정 방식이 소급해 위법하게 된다거나 시에 표준운송원가 재산정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사측의 통상임금 소급분 신청 근거를 다시 따져보고 시 처분이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버스회사들이 '구 대전광역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자 재정보조 등 조례' 제4조(재정보조 신청)만을 근거로 통상임금 소급분 등에 대한 재정지원 신청을 했다고 봤다.
따라서 시는 조례 제5조(재정보조의 방법 및 절차)에 근거해 신청 자금이 적정 규모인지 등을 종합 검토해 재정지원금 교부 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시가 지원 불허가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는 처분 사유로 '각 사업연도의 재정지원금 정산이 완료됐음'을 들었을 뿐이고, 재정보조 필요 여부와 관련해서는 법원에 제출할 만한 내부 검토 자료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시가 처분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조례 제5조)이 정해져 있는데도, 그런 고려 없이 처분했기 때문에 재량권 불행사에 따른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해 처분을 취소한다는 의미다.
◇ 창원시 "노사 간 문제, 지원 근거 없다"…준공영제 뇌관 우려
이처럼 법원이 사안별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놓는 가운데 2021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창원시로서도 버스 노사 간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판결을 둘러싼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창원 시내버스 9개 회사가 이미 다수의 통상임금 소급분 소송에 패소해 미지급 수당 지급을 마쳤거나 유사 소송에 얽혀 있는 상태다.
6개 회사가 전·현직 기사 784명에게 통상임금 소급분 총 200억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당일만 하더라도 창원의 다른 시내버스 회사 1곳을 상대로 한 유사 사건 선고가 2건 더 있었는데, 이 역시 기사들이 승소 또는 일부 승소했다.
버스 노사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대응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낸다.
준공영제 하에서 표준운송원가 항목 안에 운전기사 인건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통상임금 소급분 역시 시가 재정지원금으로 지급할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시는 일단 노사 간 문제여서 지원 근거가 없다고 못 박는다.
그러나 시 역시 사측이 통상임금 소급분을 어떤 형태로든 지급하고 시에 재정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버스업계의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문제가 준공영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시는 조만간 준공영제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시내버스 재정지원 규모는 준공영제 도입 직전 해인 2020년 586억원에서 지난해 856억원으로 270억원가량 증가했다. 증가액의 70%인 190억원 상당은 운전직 인건비로 지원됐다. 올해 재정지원 규모는 88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시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 간 문제이기 때문에 시가 개입하거나 지원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사측이 변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노조 측과 상생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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