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먹고 즐기고 함께 웃다" 도쿄 '한일축제한마당 2025' 현장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7 18:27

수정 2025.09.27 18:27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서 조선통신사 친서 전달식 참가자들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서 조선통신사 친서 전달식 참가자들이 나란히 서 있다. 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9월의 마지막 주말, 가을 햇살이 공원 잔디 위로 부드럽게 내려 앉은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최대 규모로 마련된 '한일축제한마당 2025 in Tokyo'가 27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민간 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은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05년을 한일 수교 40주년 기념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하면서 그해 서울에서 처음 열렸다. 이후 2009년부터 서울과 도쿄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고 있다.

올해 한일 축제 한마당의 슬로건은 '두 손을 맞잡고, 더 나은 미래로'.

이날 개회식 오프닝에서는 양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약속의 의미하는 조선통신사의 ‘친서전달식’을 실시했다. 400여 년 전 한일 간 외교와 평화의 다리를 놓았던 사절단이 현대의 무대 위로 되살아났다.



정사 역할을 맡은 이는 고(故) 이수현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 쇼군 자리를 지킨 이는 가토리 요시노리 LSH 아시아장학회 회장. 두 인물이 마주 서서 친서를 주고 받는 순간 관객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번졌다.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희생과 기억,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가 담긴 장면이었다.

곧이어 펼쳐진 조선통신사 행렬은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북과 징 소리에 맞춰 행진하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든 관객들이 몰려 들었다. 마치 도쿄 한복판에 시간 여행이 열린 듯했다.

오공태 한일축제한마당 일본 측 실행위원장은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는 모든 분야에서 붐이라고 할 정도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한본어'라고 불리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 언어를 사용하기도 하며 대학교에서는 한국어 강좌가 늘고 있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일본의 선술집이 우후죽순 생겨 일본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서울행 비행기는 K팝을 동경하는 일본 여성들로 가득하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와 예술분야에서 한일 양국의 국경을 허물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저 역시 찬성이다"라고 말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먹거리 부스가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핫도그와 김밥, 부침개, 떡볶이, 냉면 등 다양한 메뉴가 판매됐다.

특히 부침개와 한국 치킨을 판매하는 푸드 트럭 앞에 일본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본 아사히 맥주와 한국 제주 맥주를 판매하는 푸드 트럭에는 한일 양국 관객 뿐 아니라 서양 관객들도 모여들었다. 광장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은 막걸리와 한국 음식을 즐기는 이들로 만석이었다.

문화 체험 공간도 인기였다. 서울 한강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포토부스, 한국 인기 드라마 8편의 배너 전시, 오리지널 경품 캡슐 뽑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에 관객들이 북적였다.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을 입어 볼 수 있는 체험 코너와 한국어 학습 교재 및 최신 한국문학작품(한국어판, 일본어판)을 소개하는 부스에도 인파가 몰렸다. 한 20대 일본 관객은 "최근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다"며 "젊은층의 교류가 커지면 양국간 관계도 진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한일 양국 주요 인사들도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 보좌관이자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의원은 "한일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함께 맞서야 할 파트너로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이뤄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교류야말로 미래의 일한관계를 지탱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야지 다쿠마 외무성 부대신은 "한일 관계는 순탄한 시기도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양국 노력을 통해 크게 발전했고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가 확대됐다"며 "이번 행사가 양국 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지난 60년간의 한일관계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계속 발전하고 성장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영감을 주고받는 선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청년들 간 교류가 한층 심화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일축제한마당 2025 in Seoul’ 행사는 다음달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체험 부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참가자들이 체험 부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앞에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27일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고마자와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일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에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앞에 관객들이 줄을 서 있다.사진=서혜진 도쿄특파원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