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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속 건재한 미 경제, 증시 추락하면 끝장…"사상 누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8 04:01

수정 2025.09.28 04:00

[파이낸셜뉴스]
미국 경제가 우려와 달리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증시 상승에 따른 이른바 '부의 효과' 때문으로 증시가 어떤 이유에서건 하락으로 방향을 틀면 이 모래 위에 지은 미 경제라는 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AFP 연합
미국 경제가 우려와 달리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증시 상승에 따른 이른바 '부의 효과' 때문으로 증시가 어떤 이유에서건 하락으로 방향을 틀면 이 모래 위에 지은 미 경제라는 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AFP 연합

미국 경제가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다.

미 거시경제 성장률, 미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주택시장 모두 탄탄한 흐름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관세로 오를 것으로 우려됐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아직은 잠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이런 예상 외의 미 경제 호조세는 뉴욕 증시 강세가 그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증시 강세가 지속되는 한 ‘부의 효과’로 미 경제 호조세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는 순간 부의 효과는 사라지고, 미 경제는 그동안 외면했던 악재 속에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탄탄한 경제 지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지출, 개인소득,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8월 소비지출 증가율은 0.6%로 7월 증가율 0.5%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7월과 같은 증가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망을 상회했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은 1292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8월 PCE 근원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비 2.9% 상승해 시장 전망치, 7월 상승률과 같았다. PCE 근원 물가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주택 시장도 흐름이 좋았다. 8월 신축주택 거래는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7월 거래 규모도 상향 조정됐다.

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3.8%로 8월에 발표됐던 수정치 3.3%보다 0.5%p 상향 조정됐다.

의회까지 장악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트럼프의 관세, 오락가락하는 정책,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가 예상 외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의 효과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예상을 깨고 탄탄한 회복탄력성을 보이고 있는 미 경제의 저력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그 바탕이 있다고 평가했다.

잰디는 CNBC에 뉴욕 증시 상승세와 부의 효과가 미 경제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 흐름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소비가 소득에 관계없이 골고루 탄탄한 것이 아니라 고소득층에 편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잰디는 고소득, 높은 순자산을 가진 가계의 소비가 탄탄하다면서 이들의 소비는 주식 포트폴리오 가치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주식 보유 규모가 작거나, 아예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는 이런 부의 효과를 누리지 못해 소비가 활발하지 않다고 잰디는 설명했다.

위축되는 소비 심리

이런 양극화는 탄탄한 거시 경제와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모순이 양립하는 배경이다.

미 경제의 탄탄한 상승세와 달리 미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꾸준히 약화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 자신감 지수는 트럼프가 집권한 올해 1월 이후 꾸준히 하강했다. 지금까지 23% 급락했다.

이 지수는 9월에도 5.3% 하락했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앤 슈는 소비 심리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주식 보유량이 많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9월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주식 보유량이 적거나 아예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이들의 소비심리는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만 나스닥 지수가 마감가 기준으로 8차례나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등 올해 23%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그 혜택은 일부에만 집중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 주식의 87%를 상위 10%가 장악하고 있다.

사상누각

잰디는 지금의 경제 성장세가 이런 이유로 인해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경제는 증시가 그 어떤 이유에서건 하강으로 방향을 틀면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잰디는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히 반응하고, 비관적이 되며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 대신 저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의 고용 둔화를 감안하면 이는 경기침체를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는 언제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현재 고평가 논란이 분분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내년 주당순익(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22.5배로 과거에 비해 높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5년 평균 PER은 19.9배, 10년 평균치는 18.6배에 그쳤다.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면 트럼프 관세 충격이 미 경제에 급격하게 몰려들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로 뉴욕 증시가 무너지면 탄탄한 미 소비와 경제도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무너질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