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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바다 위 안전벨트 '구명조끼' 생활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8 18:44

수정 2025.09.28 18:44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최근 5년간(2020~2024년) 우리나라에서는 9800여건의 어선 사고가 발생했고, 467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매년 90여명의 소중한 생명이 바다에서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t 미만 소형 어선에서 발생하는 인명피해 사고는 전체의 56%를 차지한다. 기후변화로 풍랑특보 발효 건수가 증가하고, 어업인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해상안전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선 사고 인명피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자동차 안전벨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개인 선택에 맡겨졌던 안전벨트 착용이 1981년 고속도로 운전자부터 시작해 2018년 전 좌석 탑승자까지 의무화되면서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1991년 1만3000여명에 달했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2024년 2500여명으로 80% 이상 감소한 것이다.

도로에서 안전벨트가 생명을 지키듯, 바다에서는 구명조끼가 유일한 생명줄이다. 일본 수산청 자료에 따르면 구명조끼 착용 시 해상추락자의 생존율은 약 2배 높아진다. 영국 해양사고 연구에서는 사망자 중 82%인 180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구명조끼는 그냥 조끼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라이프 재킷(Life jacket)인 것이다.

이런 확실한 효과 때문에 해외에서도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은 2018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뉴브런즈윅주는 각각 2019년, 2024년부터 모든 어선원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했다. 영국도 15m 이하 소형 어선에서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개정된 '어선안전조업법'이 오는 10월 19일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기상특보 발효 중 외부 갑판에 있는 경우에만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이제는 2인 이하 어선에 승선한 선원은 항상 착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명조끼 착용이 기본적 안전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는 해양수산부, 11개 연안 지자체, 수협, 한국해양안전교통공단 등과 함께 대대적인 구명조끼 착용 캠페인을 전개한다. 법 시행에 맞춰 구명조끼 착용 사진 공모전, 어선원 교육 영상 제작·배포, 구명조끼 착용 챌린지, 현장 계도·점검 등을 통해 '구명조끼 착용이 당연한'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정부와 수협은 지난 7월부터 소형 어선에 구명조끼를 지급해 어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조업 중 활동성 제약을 고려해 착용성과 생존성이 높으면서도 저렴한 구명조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업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다.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문화가 정착해 교통사고 사망률이 극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구명조끼 착용문화가 뿌리 내리면 해양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구명조끼 착용이라는 간단하고 확실한 실천으로 바다가 어업인의 안전한 삶의 터전이자 풍요의 근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 모든 어업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