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한 지난 노후 배터리, 작업 부주의 등 '관리부실' 지목
배터리 화재 불안감↑...배터리 3사 첨단 기술 통한 화재 대응
AI 이용한 BMS 고도화, 열 발생시 직접 소화재 분사 기능도
"배터리 안전 기술 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분리 등 별도 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지난 26일 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내 배터리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재의 원인으로 배터리 사용기한(10년)을 넘긴 점, 이설 작업 중 작업자의 부주의 등이 꼽히지만, 혹여나 오명을 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인 규명과 별개로 연이은 배터리 화재로 높아진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는 점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숙제다.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거론된다. 기존의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성을 크게 높여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29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UPS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일종으로 전지가 내장돼 전력이 끊기거나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중요 설비 등에 끊김없이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일각에선 배터리 자체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년 이상 노후화 된 배터리가 사용 등 관리 부주의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과충전을 막는 BMS나 열폭주 방지 장치 등이 일찍이 적용됐고 UPS는 자동차 배터리와는 구조적으로 달라 과충전으로 불이 났다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면서도 "배터리의 보증기간이 화재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이라면 몰라도 중요 기관에서 보증기간이 끝난 제품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업체들이 발 빠르게 화재 예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배터리의 성능이나 가격뿐 아니라 '안전성'이 공급처 확대의 핵심조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은 첨단 기술 등을 통한 다양한 화재 예방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고도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핵심 안전 기술로 내세우고 있다. BMS는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과충전, 과방전, 과열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클라우드 시스템,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배터리 셀마다 전압, 전류, 온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밀 분석하고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 포착한다. 이번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배터리에도 BMS가 들어갔지만, 최근의 제품에는 더욱 고도화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SK온은 BMS뿐 아니라 ESS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화재 발생 시 인근 셀이나 모듈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열 차단막, 냉각 플레이트 등 열확산 방지 설루션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터리 내부의 가스를 환기하고, 내부 압력이 높아지게 되면 외부로 배출하는 패널을 설치하는 등 폭발 방지 설루션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SDI는 모듈 내장형 직분사(EDI) 기술을 도입, ESS의 배터리 셀에서 열이 발생할 경우 소화 약재를 ESS 배터리 모듈 내부와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분사하고 모듈 내에 소화 약재가 쌓이게 해 전체적인 온도를 낮춤으로써 인접 배터리 셀로 열이 전파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UPS용 제품에도 소화 캡슐을 각 모듈 내 적용하고,셀 사이에 단열재를 넣어 온도 상승 방지 및 초기 진압 가능성을 높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BMS나 열방지 기술은 화재를 막는데 분명 효과적인 대안이지만, 배터리 자체뿐 아니라 데이터 센터를 분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별도의 화재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늘 화재 위험성에 직면해 있는 만큼, 소화기처럼 특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박경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