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재정적자가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결산 기준 관리재정 수지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10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는 재정적자는 모두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뿐더러 이자 지출로 인해 정부는 다른 지출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돈을 찍어 내는 것인데 이는 심각한 인플레를 야기하므로 선택할 수 없는 대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적자는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이자율을 올려 기업에도 부담을 준다. 일본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 등급은 남북 대치상황인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 낮은데 그 이유는 일본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적자가 단기적 현상이라면 국채 발행으로 대응하면 되지만 현재 우리의 재정적자는 구조적이다. 정부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눈에 띄게 높은 편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는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하지만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재정지출 축소인데, 지금은 이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우선 통상질서 변화에 따른 충격으로 추경 등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의 54.2%는 법률에 근거한 의무지출이라 줄일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증세 등 세입확충이다.
2024년 국세의 일반회계 기준 소득세(117조원), 부가가치세(82조원), 법인세(63조원)가 3대 기간세목이다. 선택 기준으로는 효율성과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데, 먼저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가가치세가 우월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면 일을 덜 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세부담 회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경제에 손실이다. 형평성 관점에서는 누진적 세율체계를 가진 개인소득세가 가장 우월하다. 부가가치세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세율을 부담하므로 대체로 역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비가공식품 등 기초생필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를 더 걷어 그만큼 사회보장지출을 늘린다면 오히려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 세대 간 형평성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낫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환경에너지세의 증세 정책조합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는 세입확충을 위한 공론화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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