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재정지출보다 세입 더 늘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9 18:21

수정 2025.09.29 18:32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이재명 정부 5년간 국정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국정과제 123개가 발표되었다. 정치와 외교안보 어젠다를 제외하면 모두 혁신경제를 이끌 산업정책, 국토균형발전 지원정책, 튼실한 사회복지정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중물론에 입각한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계획임을 2026년 예산 그리고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재정적자가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결산 기준 관리재정 수지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10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재정적자가 3%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3년 연속 세수부족으로 5년 만에 10조원 규모의 세입감액경정을 한바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세입확충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는 재정적자는 모두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뿐더러 이자 지출로 인해 정부는 다른 지출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돈을 찍어 내는 것인데 이는 심각한 인플레를 야기하므로 선택할 수 없는 대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정적자는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이자율을 올려 기업에도 부담을 준다. 일본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국가신용 등급은 남북 대치상황인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 낮은데 그 이유는 일본의 재정적자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적자가 단기적 현상이라면 국채 발행으로 대응하면 되지만 현재 우리의 재정적자는 구조적이다. 정부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눈에 띄게 높은 편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는 다른 나라보다는 양호하지만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재정지출 축소인데, 지금은 이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우선 통상질서 변화에 따른 충격으로 추경 등 재정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지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의 54.2%는 법률에 근거한 의무지출이라 줄일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증세 등 세입확충이다.

2024년 국세의 일반회계 기준 소득세(117조원), 부가가치세(82조원), 법인세(63조원)가 3대 기간세목이다. 선택 기준으로는 효율성과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데, 먼저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가가치세가 우월하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면 일을 덜 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등 세부담 회피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경제에 손실이다. 형평성 관점에서는 누진적 세율체계를 가진 개인소득세가 가장 우월하다. 부가가치세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세율을 부담하므로 대체로 역진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비가공식품 등 기초생필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를 더 걷어 그만큼 사회보장지출을 늘린다면 오히려 소득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
세대 간 형평성 관점에서는 오히려 부가가치세가 낫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환경에너지세의 증세 정책조합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제는 세입확충을 위한 공론화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