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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규제완화…SEC, 기업 분기보고제 폐지 추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9 23:14

수정 2025.09.29 23:14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기업 분기보고 의무 폐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만 유지하고, 시장 친화적 제도를 확대하겠다”며 규제 완화 기조를 공식화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상장기업이 3개월마다 실적을 공시하는 현행 제도 대신 반기보고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효과적 규제만 제공하면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분기보고제 폐지를 신속히 반영한 것으로, SEC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규제 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앳킨스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과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을 직접 거론하며 “사회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재무적으로 본질적이지 않은 사안의 공시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규제는 미국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할 뿐”이라며 “SEC는 투자자 이익을 우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C는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을 포용하는 등 전 정부의 규제 기조에서 완전히 선회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기업 업종, 규모, 투자자 기대에 따라 시장이 스스로 최적의 공시 빈도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반기보고 선택권은 투명성 후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국은 2014년 반기보고로 복귀했지만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자발적으로 분기보고를 택하고 있다”며 제도 유연성을 강조했다.


반면 투자자 옹호 단체들은 분기보고제 폐지는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소액 투자자 피해를 키우며, 미국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폴 앳킨스 미국 SEC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폴 앳킨스 미국 SEC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