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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배임죄 70년만에 폐지"… 대체입법 동시에 추진한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09:38

수정 2025.09.30 09:38

당정 1차 경제형벌 규정 합리화 1차 방안 발표
적용범위 지나치게 넓어 배임죄 폐지 기업 1순위
경제 형벌 ‘징역형’서 ‘과태료·과징금’ 중심 이동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를 70여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배임죄의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지속되어 온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대체 입법을 최대한 신속히 마련해, 일부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경제 형벌 규정 110개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 을 내놨다.



전체 형벌 조항(약 6000여개) 중 1.6%에 해당하는 110개의 경제형벌 규정을 1차로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배임죄는 현재 형법, 상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여러 법률에 규정돼 있다. 이중 정부가 폐지하기로 한 형법상 배임죄는 형법 제356조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배임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배임죄는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배임죄 1심 판례는 3300여 건으로 기업 임직원뿐 아니라 교회·학교·조합·입주자대표회의·공무원 등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가상화폐 범죄, 사업기회 유용 같은 신종 경제범죄에도 배임죄가 쓰였다. 법무부 관계자 는 “추상적 요건 때문에 기업 의사결정이 사후적으로 기소되는 문제가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배임죄를 폐지하되 처벌 공백을 막는 대체입법을 마련한다. 대신 고의적·중대한 침해에는 민사·형사 책임을 강화한다. 다만 형법 개정 사안인 배임죄는 이번 국회 일괄 제출 대상에서 빠지고, 별도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정부는 배임죄 외에도 신속 정비가 가능한 110개 경제형벌 조항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최저임금법 등 양벌규정은 선의의 사업주가 감독 의무를 다했을 경우 면책 규정을 신설한다. 징역형 위주 규제는 과징금·손해배상 중심으로 바꾼다. 선주상호보험조합 임원이 부당 배당을 할 경우 현행 징역 7년형 대신 징역 3년+손해배상(손해액의 2배 이내)이 부과된다.

생활과 직결된 경미한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된다. 트럭 적재함 불법 튜닝은 징역 1년에서 과태료 1000만원으로, 미용실 상호 변경 미신고는 징역 6개월에서 과태료 100만원으로 바뀐다. 채무자회생법상 파산설명 의무 위반, 신용정보법상 기록보존 위반도 같은 방식으로 바뀐다.

정부는 정기국회에 1차 개선안을 일괄 개정하는 입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배임죄 대체입법은 사회적 논란이 커 연내 처리는 어렵고, 2026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합리적 경영판단을 보장하는 동시에, 피해 구제와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1년 내 전 부처 소관 법률 중 경제형벌 관련 규정 30%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