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PIF 주도 컨소시움, 美 최대 게임 배급사 EA 인수
인수 이후 비상장 전환 예정
탈석유 추진하는 사우디, 게임과 스포츠 증 각종 문화산업에 집중
열악한 인권 상황 감추려는 '스포츠 워싱' 논란도 있어
인수 이후 비상장 전환 예정
탈석유 추진하는 사우디, 게임과 스포츠 증 각종 문화산업에 집중
열악한 인권 상황 감추려는 '스포츠 워싱' 논란도 있어
[파이낸셜뉴스] 탈석유 경제 건설을 위해 문화산업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게임 제작·유통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인수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던 EA는 곧 상장폐지 수순을 거쳐 비상장기업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CN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EA는 29일(현지시간) 발표에서 PIF와 미국 IT 전문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미국 투자사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공동으로 현금 총 550억달러(약 77조원)를 들여 EA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EA 주주들은 이번 거래로 주당 210달러를 받는다.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세우고 경영하는 투자회사다.
EA는 1인칭 슈팅게임 '배틀필드'를 비롯해 ‘피파(FIFA)’, '매든 NFL' 등 각종 스포츠 게임 시리즈를 보유한 미국 최대 배급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A 경영진이 최근 스포츠 게임 이용자 정체에 고심하던 중에 최신작 ‘배틀필드 6’ 출시를 앞두고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회사 매각을 결심했다고 분석했다.
CNBC는 PIF가 이미 EA의 지분을 9.9%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비상장기업으로 바뀌는 EA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주도적인 투자자가 된다고 예상했다. 앞서 PIF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 2016년 ‘비전 2030’ 계획을 통해 석유가 아닌 다른 성장 동력을 모색하면서 건설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감행했다. 최근 PIF는 관광산업과 이를 뒷받침할 항공과 문화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 PIF는 2021년 영국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을 인수했고 2034년 피파 월드컵 개최권도 확보했다.
또한 PIF는 게임과 같은 e스포츠에도 손을 뻗고 있다. PIF는 2022년에 산하 게임전문 투자기업 새비게임스를 통해 유럽 최대 e스포츠 행사 주관사인 ESL을 인수했다. 또한 202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연맹과 협력해 ‘e스포츠 월드컵’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2027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식 인정한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PIF는 이외에도 해외 게임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투자 지분을 늘리고 있으며 이번 EA 인수는 PIF의 게임 투자 가운데 가장 액수가 큰 거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인 ‘아랍뉴스’는 지난 5월 보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산업 투자가 4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4.2%가 문화산업에서 나온다고 예측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산업 투자를 열악한 인권 실태를 감추려는 눈속임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국 축구 투자에 대해 심각한 인권 침해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스포츠 워싱”이라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