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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대신 과태료-과징금으로"...소상공인 형벌 부담 준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11:35

수정 2025.09.30 11:35

당정 경제형벌 1차 합리화 방안 발표
숙박업 신고 누락 징역 6개월 → 과태료 100만 원
비료 표시 훼손·자동차 경미 튜닝도 형사처벌서 제외
배달 로봇 무단 개조는 과징금 최대 5000만 원 부과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사진=뉴스1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숙박업·미용업·세탁업 등에서 상호 변경이나 지위 승계 신고를 누락하면 지금까지는 최대 징역 6개월이나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최대 100만 원으로 완화된다.

비료 용기·포장의 경미한 표시 훼손, 근로계약서에 취업 장소·종사업무 등 일부 근로조건을 빠뜨린 경우, 트럭 짐칸 크기 변경과 같은 경미한 자동차 튜닝 승인 위반도 형벌 대신 과태료로 처리된다.

최저임금법 위반, 주의·감독의무 다한 경우엔 면책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형벌은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 활동 과정에서 법규를 어겼을 때 내려지는 형사처벌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 행정 의무 위반에도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내려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6000여개 경제 형벌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정부는 1년 내 전부처 소관법률 중 형벌 관련 규정 30%를 정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번 개정 대상은 전체 형벌 조항 6000여 개 중 1.6%인 110개다.

정부는 선의의 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임금법 등 3개 법 규정도 정비한다. 최저임금법의 경우 위반시 최대 벌금 2000만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상당한 주의·감독의무를 다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면책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68개 규정은 경미한 위반 행위를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전환한다. 일부 규정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으로 대체된다. 예컨대 선주상호보험조합법상 임원이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경우, 현행 최대 징역 7년에서 징역 3년·벌금 3000만 원으로 낮추고 손해액의 2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또 배달 로봇 등 실외 이동 로봇을 승인 없이 개조하면 형벌 대신 최대 5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체결시 종사업무 등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 현재는 형사처벌 기록이 남는 벌금 500만원에 처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행정조치인 과태료(500만원)가 부과된다.

수산물 유통업자가 수산물 이력추적관리에 등록하지 않은 경우 현행 수산물유통법은 징역 1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태료 1000만원이 부과된다.

개인신용평가사가 개인신용정보 수집 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경우 징역 1년에 처하도록 하는 신용정보법 규정은 과태료 1000만원으로 개정된다.

버스업체 무인가 노선 변경 시정명령 먼저

시정 명령이나 원상복구명령만으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18개 규정은 행정 명령 불이행 시에만 형사 처벌을 유지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결정, 버스업체의 무인가 노선 변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밖에 타 법률과 형평성을 고려해 형벌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100인 이상 급식소 운영자가 조리사·영양사를 두지 않은 경우, 형량을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으로 낮췄다. 은행이 고객의 외환거래 합법성을 확인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징금으로 대체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개선안을 토대로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일괄 개정을 추진한다. 향후 1년 안에 경제형벌 규정의 30%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강기룡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은 “경제형벌 규정이 6000여 개에 달하는데, 이번 110개 과제가 첫 번째 작업”이라며 “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는 정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