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무죄, 폭행만 유죄…"증거 동일성, 무결성 입증 안돼"
[파이낸셜뉴스] 아이돌 포토카드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던 일본 여성이 같은 팬클럽 회원인 중국 여성과 다투다 머리채를 잡아당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폭행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절도 등의 다른 혐의는 무죄로 봤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박지원 부장판사)은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일본 국적 A씨(52)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절도 혐의는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용산구의 한 거리에서 자신을 절도범으로 의심하며 택시까지 쫓아온 중국 국적의 B씨가 "가방 안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B씨를 택시에서 내리게 하려고 머리채를 잡아당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날 한 건물에서 B씨의 가방을 몰래 화장실로 가져가 200만원 상당의 포토카드 150매를 꺼내 절취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재판부는 먼저 A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B씨가 A씨나 그의 딸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폭행한 정황은 없었고, A씨의 딸은 오히려 B씨의 무릎 위로 고개를 내밀고 바깥을 살필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머리채를 잡아당긴 행위는 자신이나 딸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고, 정당방위로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가 포토카드를 훔쳤다는 정황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된 B씨의 진술조서, SNS 대화 캡처, 수사보고서 등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동일성과 무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재판부는 특히 B씨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포토카드의 시세를 과장되게 산정한 정황이 있었고, 사건 이전 A씨와 B씨 사이에 언쟁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진술만으로 포토카드가 실제로 가방에 들어 있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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