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폭증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사고…韓, 보험상품 공백 민낯 드러나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15:34

수정 2025.09.30 15:42

미국 등 12개국 LIB 사고 1년 새 52% 급증, 전용 보험 부재한 한국, 화재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 에만 의존 보험연구원 강윤지 연구원 "국내 회재 예방에만 관심, 관련 상품 개발 서둘러야"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사고 건수
연도 사고건수
2020 734
2021 1417
2022 2242
2023 2547
2024 3880
(자료:UL솔루션스)


미국 등 주요국이 리튬이온 배터리(LIB) 전용 보험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리스크 헷징을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LIB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단순화재보험이나 생산물배상책임(PL)보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관련 보험상품 출시에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되는 등의 커다란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서다.

30일 미국 안전규격인증기관 UL솔루션스에 따르면 미국과 우리나라 등 주요 12개국의 지난해 LIB 폭파 사고는 3880건으로 전년의 2547건 대비 52.3%나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LIB 관련 사고가 크게 증가하고 그 피해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분석이다.

지난해 3월 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의 배터리저장장치(BESS) 시설 내 LIB 내부 합선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 설비 한 동이 완전히 소실되고 리튬이온 셀 약 5만 개가 손실된 것이 대표적이다.

LIB 사고를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은 미국 보험사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S&P 상장 보험사 처브는 수출입 기업과 물류 등 LIB 공급망 전반의 종합적 리스크 방안을 제공하기 위한 LIB 리스크 전용 보험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처브가 주도하고 하고 있는 LIB 보험 컨소시엄은 11개 영국 로이즈 보험회사가 참여하는데 최대 5000만 달러의 인수 능력을 제공한다. 처브는 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창고업자배상책임보험과 적하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보험상품을 판매중이다.

유럽 대표 재보험사 뮌헨리는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분야 전문 자회사인 그린테크솔루션스를 통해 BESS용 보증보험을 제공한다. 뮌헨리의 LIB 보험상품은 BESS 공급자와의 계약 이행 실패, 화재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장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미국과 유럽과 달리 LIB 전용 보험상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에서 확인됐듯이 단순 화재보험이나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 전부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 강윤지 연구원은 "국내의 LIB 리스크 헷징은 관련 보험상품 개발 출시가 아닌 화재예방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국내에서 LIB 보험상품이 출시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경우 LIB 시험·인증 기준 등에 대한 표준을 마련하는데 보험사와 여러 기관이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유관기관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정자원은 DB손해보험의 화재보험상품에 가입했다. 또 국정자원에 납품됐던 LIB를 생산한 LG에너지솔루션은 KB손해보험의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DB손보는 국정자원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KB손보의 경우 국정자원 화재 발생 원인과 화재 발생 과실 주체에 따라 보험금 지급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화재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와 그 결과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면서 "화재 발생 요인이 인재인지 배터리 제조사의 제품 문제인지 여부에 따라 손보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고 짚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