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맞아 첫 빅밴드 협업..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와 공연
[파이낸셜뉴스] ‘두루마기에 빨간 나비넥타이,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엉뚱한 길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길 걸어갈까 합니다. 유쾌한 발걸음, 함께 노래합니다.’(장사익)
가객 장사익(77)이 나이가 무색하게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장사익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두루마기 재즈를 입다’가 오는 10월 1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안산, 부산에서 총 네 차례 진행된다. 이번 공연은 장사익의 음악 활동 30주년과 ‘2025 캐나다-한국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됐다.
장사익 대표곡 빅밴드 편성으로 새롭게 녹음
TJO와의 인연은 지난 2018~2019년 캐나다에서 진행된 공동 녹음 작업으로 시작됐다. 당시 장사익은 대표곡 15곡을 빅밴드 편성으로 새롭게 녹음했으며, 음반 발매와 전국 투어까지 준비했지만 팬데믹으로 무대가 무산됐다. 미뤄졌던 프로젝트가 6년 만에 한국에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두루마기에 빨간 나비넥타이.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하게 어울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장사익과 20여 년을 동행해온 정재열 음악감독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정 감독은 최근 언론과 만나 “이번 협업은 제 음악적 색깔을 담아내고,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시도이기도 하다”며 “자신만의 호흡대로 노래하는 장사익 선생님의 음악 작업 자체가 이미 재즈적이다. 여기에 금관악기(브라스)의 강렬한 사운드와 선생님의 영혼 어린 목소리가 어우러질 때 발산되는 에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렬하다. 음악적으로도 큰 만족을 준다”고 전하며 협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무대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국적 소리가 미국과 유럽의 음악과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지켜봤다. 국악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소리를 가지고 재즈와 어우러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교류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협연이야말로 진정한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 믿는다.”
토론토 재즈 오케스트라는 1998년 창단된 18인조 빅밴드로, 지휘자 조쉬 그로스먼이 이끌고 있다. 단원 대부분은 캐나다 음악상 주노(Juno) 수상 경력을 지닌 연주자들로, 북미 재즈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색소폰 5명, 트럼펫 4명, 트롬본 4명,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 등으로 구성됐다.
장사익의 보컬에 더해 해금 연주자 하고운과 4인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전통과 재즈가 어우러진 리드미컬하고 즉흥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사익 "이젠 상늙은이, 여전히 무대에 오르면 설렌다"
1994년 예(藝)소극장에서 첫 공연 ‘하늘 가는 길’을 올린 장사익은 이듬해 1집 음반을 내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기침’, ‘허허바다’, ‘꿈꾸는 세상’, ‘사람이 그리워서’, ‘자화상’ 등 10장의 정규 음반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는 내년까지 30주년 기념 공연 ‘장사익 소리판 ‘꽃을 준다 나에게’로 전국 관객과 만난다. 장사익은 “마흔여섯에 친구 등에 떠밀려 노래를 시작했다. 그저 한 번 놀자고 시작했던 일이 벌써 30년을 넘어섰다”며 “돌아보면 목이 아파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꾸준히 노래해온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늘 ‘젊어서 노래했으면 팔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시작했다면 지금 같은 노래가 나왔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공연 제목을 ‘꽃을 준다, 나에게’로 정한 이유에 대해 장사익은 “한 시인이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위로와 축복의 꽃을 건네지만, 정작 내가 기쁘고 행복할 때 나 자신에게 꽃을 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그 말이 오래 남아, 이번 30주년 공연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축하의 의미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제가 올해 77세 희수다. 예전 같으면 상늙은이라 불릴 나이인데, 벌써 그 자리에 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노래하다 보면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지만, 또래 중에 이렇게 즐겁게 무대에 서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힘들어도 무대에 오르면 여전히 설레고 기대가 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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