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셧다운 뼈아픈 교훈 삼아 시스템 고도화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30 18:10

수정 2025.09.30 18:10

정부 전산망 마비 <下>
관리체계 및 장비점검 개선책 필요
선제적 예방 체계로 AI시대 대비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의 사용이 일부 중단된지 닷새째인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민원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의 사용이 일부 중단된지 닷새째인 3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민원 업무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번 전산망 대란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며 글로벌 톱 수준을 자랑해왔지만 보안 시스템의 뿌리가 허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사건이다. 정부가 시스템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해소하는 수준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이번 참사로 우리의 허약한 보안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런 큰 위기를 겪은 탓에 우리의 실제 보안역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왕에 벌어진 대참사를 낡은 시스템과 안이한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쇄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의 재설계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산망 관리체계는 여러 부처에 분산돼 업무가 중복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각 기관이 그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신속하고 통합된 대응을 하기에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이런 부처 분산구조 탓에 이번 사태에서도 초기대응의 혼선이 피해를 키운 면이 있다.

전산망 안보 관리체계를 격상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 중국과 러시아의 해킹 시도, 글로벌 랜섬웨어 공격 등 사이버 안보 위협은 심각한 국가안보 문제에 해당한다. 금융망이 마비되고, 교통체계가 멈추고, 의료시스템이 중단되면 국가 기능도 마비되고 국민의 재산도 피해를 입는다. 단순히 전산망 오작동이라는 기술적 결함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사후 복구 중심 체계도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됐다. 장애가 발생한 뒤 복구하는 데 급급한 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복잡한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 선제적 예방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선제적 대응이 사후 복구보다 비용 면에서도 훨씬 효과적이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중, 삼중의 백업 체계를 갖춰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즉각 대체 시스템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낙후된 장비의 점검방식도 고도화해야 한다. 감사원이 지난 17일 통보한 2023년 전산망 마비 감사 결과는 장비 점검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노후장비의 내용연수를 재조정하면서 교체시기가 늦춰지는 제도적 불합리를 지적했다. 공통장비가 예산 편성에서 뒷순위로 밀리는 '주인 없는 장비' 문제 및 장비 이상 알림이 떴음에도 상황실 대응이 7시간이나 지연된 안일한 관행도 짚었다. 이미 2년 전에 이런 문제들이 확인됐는데도 재발 방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대형 사고를 맞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공식적인 지적을 받아도 이듬해에 아무런 개선도 없는 행태가 되풀이되는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가 됐다.

인력 양성과 예산 확충에 대한 마인드도 바꿀 시점이다. 전산망 관리인력을 단순 기술직으로 취급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아울러 보안 관련 예산은 부차적 비용으로 간주하는 낡은 사고방식도 고쳐야 한다.
이번 사태는 위기이자 기회다. 세계 3대 AI 강국과 디지털 선도국가의 미래는 탄탄한 전산망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번 교훈을 망각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전산 보안시스템에 대한 고도화 작업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