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시민단체 우려 목소리
"악의적 경영진 제재 수단 약화"
정부와 여당이 공식화한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놓고, 법조계에선 방향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민사책임만 묻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악의적 경영진 제재 수단 약화"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3자가 이익을 얻게 해 임무를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범죄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정상적 경영상의 판단도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형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진행 중이던 재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끝내는 '면소(免訴)' 판결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326조는 범죄 후 관련 법이 개정 또는 폐지되면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대체입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배임죄 요건을 명확히 하고, 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체적이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재산상 사무 처리자가 임무에 위배해서 엄청난 손실을 끼쳐도 아무 죄가 안 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상법·특경법상 배임죄는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사내변호사 출신인 최신영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배임죄는 '업무위배'와 '고의'라는 불명확한 구성요건으로 경영실패와 범죄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법적 명확성 원칙상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형사처벌을 민사책임으로 전환할 경우, 입증책임과 소송비용 부담으로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고, 악의적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상법 개정을 들며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사회 혹은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타인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했다면 금전적 배상을 떠나 형사적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좀 더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시민단체는 경제 전반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배임죄 폐지는 경제형벌의 합리화나 규제 개선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손쉽게 허용하는 개악"이라며 "배임죄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법령과 정관에 위배되지 말라는 최소한의 방파제"라고 주장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배임죄를 폐지하면 소액주주와 국민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제도 도입이 안 된 상황에 배임죄 폐지 논의는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최은솔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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