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배너 비닐에 닿았다고…" 대리기사에 50만원 요구한 벤츠 차주, 알고 보니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1 11:04

수정 2025.10.01 11:04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던 50대 남성이 불법 광고물(X 배너)에 차량이 스쳤다는 이유로 차주에게 현금 합의를 강요당한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배너 광고판 비닐에 닿게 주차... 보험사도 "현금 합의하라"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은 경기 수원에서 대리운전기사 알바를 하고 있다는 A씨의 제보를 공개했다.

A씨가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지난 8월 말 수원 율전동에서 대리운전을 마치고 주차를 하던 도중, 도로에 세워진 X 배너에 미세접촉했다. A씨는 “본인은 물론, 고객은 옆에 동승했던 여자친구조차 접촉 사실을 몰랐을 정도로 가볍게 닿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십여 분 뒤 고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차량이 X 배너에 접촉했으니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X 배너에 이 정도로 닿았다고 차량에 흠집이 날 일도 없고, 범퍼 여기저기에 나 있던 흠집은 이번에 난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고객은 비전문가라 잘 모르니 보험사에 접수해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기려 한다며 강하게 요청했고, 결국 A씨는 대리운전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약 20분 뒤 현장에 도착한 출동기사가 접촉 부위의 사진을 찍어갔고, 다음날 A씨는 ‘현실적으로 닿은 게 사실이라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X 배너 지지대도 아니고 비닐로 된 광고판에 닿은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보험사 측에서는 보험 처리로 차량을 수리할 경우 대리운전기사 경력에 악영향을 끼치니 현금으로 합의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30만원 송금한 대리기사 "보험사도 내편은 아니더라"

차주 측에서 처음 요구한 금액은 50만원이었으나 A씨는 이를 강경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30만원으로 합의 보고 사고 접수 취소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말에 A씨는 울며겨자먹기로 30만원을 송금했다고 한다.

“30만원을 벌려면 거의 일주일간 밤잠을 줄이며 일해야 한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고객도 그렇지만 보험사 담당자들도 하나같이 내 편은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토로한 A씨는 “안전신문고에 불법 광고물 신고를 했고, 수원시청 담당자에게 명백한 불법 광고물이라는 답변과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도 받았다”고 말했다.

도로법 제48조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된 광고물은 안전과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하며 무단 설치 시 불법으로 간주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39조 제1항은 광고물이나 구조물이 도로 안전에 영향을 줄 경우 철거나 이동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A씨는 길가에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광고물 주점 업주와 차량 차주가 친구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차주가 X배너를 가져다 놓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접촉한 건 사실인데 사고 내놓고 뭐가 억울하냐는 분들도 계신데, 세상에는 법과 원칙이 있으니 그 말이 팩트이고 현실이다.
하지만 기본과 상식, 양심과 배려, 그리고 도덕 또한 존재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누리꾼들도 차주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저런 걸 보험 처리해주니 보험사가 양아치를 만든다”, “바람에 작은 돌 날아와서 흠집 나면 보험처리 해달라고 하겠네”, “운행 후 가져다 세운 건 아닌지 CCTV 확인해봐야 할 듯”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