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개수업 중 쓰러진 학부모 구한 학부모…알고 보니 구급대원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1 14:33

수정 2025.10.01 14:33

비번날 둘째 딸 공개수업 참관…신속히 상태 판단해 구급 조치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공개수업을 참관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40대 여성을 또 다른 학부형이 응급조치로 구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알고 보니 구조에 나선 사람은 비번일 딸의 공개수업에 참여한 경기 일산소방서 백석 119안전센터 소속 고현종(43) 소방장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 9월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쓰러진 A씨를 신속하게 구조한 고 소방장의 사연을 보도했다.

일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고 소방장은 비번날인 이날 아내와 함께 둘째 딸의 공개수업에 참여했다. 20여분이 지났을 때 교실 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고 당시 복도에 있던 고 소방장은 A씨가 쓰러진 사실을 알게 됐다.



빠르게 A씨가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더니 얼굴이 바닥으로 향한 채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A씨의 몸을 바로 눕힌 뒤 상태를 확인한 고 소방장은 A씨의 맥박이 미약하게 뛰는 것을 확인했다. ‘저혈압’ 증상이라 판단한 고 소방장은 뒷자리 학생에게 양해를 구해 의자를 빌린 뒤 A씨의 다리를 올려놓는 ‘하지거상’ 자세를 취하게 했다.

이어 넘어지면서 다친 입술 부위 등을 지혈하는 등 응급처치도 시작했다. 담임교사에게는 보건교사에게 상황을 알려주라고 요청했다.

이어 보건교사가 가져온 혈압계와 혈당측정기로 확인한 결과 고 소방장의 판단이 맞았다. 하지거상 자세로 혈압이 어느 정도 돌아왔는데도 A씨의 혈압은 정상범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소방장은 다른 학부모의 신고로 출동 중인 119 구조대와 통화하며 A씨 상태 등을 알리고 이송과정을 도왔다. 이후 다시 복도로 돌아가 딸의 공개수업을 지켜봤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 4시께 딸의 담임교사가 고 소방장에 전화를 걸어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도 못 했다. 아버님이 조치를 너무 잘해주셔서 쓰러진 학부모님도 병원에서 잘 치료받고 퇴원하셨다”며 A씨의 상황을 알렸다는 내용도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 소방장은 2012년 6월 구급특채로 임용된 13년 경력의 구급대원이다. 구급대원이 되기 전 병원응급실에서 4년 정도 근무해 응급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는 게 일산소방서의 설명이다.

이런 판단력 등으로 고 소방장은 하트세이버로 11차례, 브레인세이버로 2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하트세이버란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를 소생시킨, 브레인세이버는 급성뇌졸중환자를 신속·정확하게 판단해 이송하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 구급대원이나 일반 시민에게 수여한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트라우마세이버도 1차례 선정된 바 있다.

고 소방장은 “알고 보니 A씨가 딸의 짝꿍의 어머니라고 하더라”라며 “무엇보다 딸이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빠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해줘서 기뻤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