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쌍끌이로 최대 실적
신시장 개척으로 관세 난관 뚫어야
신시장 개척으로 관세 난관 뚫어야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쌍끌이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액수는 659억달러로 2022년 3월(638억달러)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에는 9월에 있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넘어가 올해 9월 조업일이 늘어난 영향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배제한다 해도 일평균 수출액은 27억5000만달러로 역대 9월 중 두번째로 높다고 한다. 고군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에 격려를 보낸다.
수출 견인차는 역시 반도체였다. 전년 대비 22%나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66억달러어치 수출액은 전체 25%에 해당한다. 국내 전통 제조업이 중국발 과잉생산에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반도체가 굳건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서버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강한 흐름인 것도 반가운 일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칩뿐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등 전 제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미국 월가에선 메모리 반도체가 대호황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호기를 살려 반도체 강국의 입지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의 공습을 따돌리고 범접할 수 없는 초격차를 이뤄낼 수 있도록 민관이 원팀이 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해외 경쟁국의 파격적인 지원책을 참고해 생색만 낸 K칩스법을 대폭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세제와 보조금 지원에 우리만 인색할 이유가 없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이공계 인재 대폭 확충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
미국 관세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가 유럽연합(EU) 등 대체 시장에서 계속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에서 일본, EU의 자동차 관세는 15%로 내렸지만 한국차는 여전히 25%다. 이 여파로 대미 수출은 2.3% 줄었지만 다른 시장에선 불을 뿜었다.
지난달 EU 수출액은 54%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수출은 78% 급증했다.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판매가 둘 다 증가한 덕분이다. 아시아, 중동 시장 선전도 두드러졌다. 신시장에서의 쾌거는 자동차뿐 아니라 선박, 바이오헬스, 일반기계 등 다른 품목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특화된 수출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다변화로 미국 시장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상쇄했지만 충분하진 않다. 자동차만 해도 나홀로 25% 관세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점점 누적되어 커질 것이다. 그럴 경우에 대비해 신시장 개척과 공략에 한층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직도 미개척 지역은 많다. 아프리카를 우습게 볼 것도 아니다. 일본 자동차들이 누비고 있는 것을 보라. 우리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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