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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찬스'로 30억 아파트 산 취준생… 104명 세무조사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1 13:00

수정 2025.10.01 18:53

국세청, 한강벨트 거래 전수검증
편법증여·소득누락·가장매매 등
외국인·연소자 등 탈세혐의 적발
"탈루 세금 예외없이 추징하겠다"
박종희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변칙적, 지능적 부동산거래 탈세혐의자 세무조사 착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자와 최근 집을 사들인 외국인·연소자 등 탈세 혐의자 10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뉴스1
박종희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변칙적, 지능적 부동산거래 탈세혐의자 세무조사 착수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은 서울의 초고가 아파트 거래자와 최근 집을 사들인 외국인·연소자 등 탈세 혐의자 10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뉴스1

#1. 30대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아파트를 60억원대에 매입하면서 은행 대출을 최대 한도까지 끌어다 쓰고 부족한 자금은 현금부자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A씨 부모는 수백억 원대 자산가였지만 증여세는 신고되지 않았다. 국세청은 자금 흐름과 대출 상환 능력을 추적 중이다.

#2. 외국 국적의 20대 B씨는 본인의 소득 없이 서울 한강변 고급 아파트를 30억원대, 도심 상가 신축용 토지를 60억원대에 매입했다. 자금 출처는 해외 부동산 사업을 하는 부모가 송금한 자금과, 이들이 국내에 세운 법인 자금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인세 및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강남권 '한강벨트' 등 초고가 주택 거래자 10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가운데는 외국인, 30대 이하 젊은층, 고액 전·월세 거주자 등이 포함돼 있으며 편법 증여, 소득 누락, 가장매매 등 다양한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부모 찬스에 '대출+편법 증여'

1일 국세청은 지난달 7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의 후속 조치로,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 및 고액 임대차 계약에 대한 자금 출처를 전수 검증한 결과 탈세 혐의가 있는 10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최근 거래 신고가를 기록한 서울 강남 4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시장 과열 지역 중심이다. 조사 유형 중 가장 많은 사례는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초고가 주택을 매입하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다. 대표적으로 고소득 전문직 부모를 둔 자녀가 대출 가능한 최대 한도를 끌어쓰고, 나머지 수십억 원은 부모의 현금 지원으로 메운 사례가 포함됐다. 이들은 증여세 신고를 누락해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역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자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부모로부터 자금을 받아 서울 고가 아파트와 상가용 토지를 취득한 외국인, 또 소득이 없는 20대 취업준비생이 자산가 아버지의 자산 매각 대금을 이용해 아파트를 구매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20대 취업준비생 C씨는 부친이 주택 및 해외주식을 매각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직후 2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했다. 취득 당시 C씨는 소득이 전무했지만 증여세 신고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액 월세·가장매매도 포함

뚜렷한 소득 없이 고급 아파트에 월세 수백만 원을 내며 거주하는 인물들도 조사의 대상이다. 고급 외제차와 고가 명품 소비가 수반된 이들의 생활 자금 출처 역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법인에 허위 매도한 후 고가 주택을 매각하며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받은 '가장매매'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들이 법인을 통한 거래를 가족 간 증여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초고가 주택 시장의 편법 거래는 조세 정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이번 조사 외에도 향후 외국인 및 연소자 대상 추가 조사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필요시 금융 계좌추적, 가족 간 자금 흐름 분석, 법인 회계 감사 등을 병행한다. 국세청은 "정당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은 부동산 거래 탈세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고, 탈루 세금은 예외 없이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의심 거래에 대한 조사 협조 △기관별 조사 결과 공유 △정보공유 체계 마련 △범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협력 등이다. 이를 통해 현장 단속과 세무 조사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앞으로 시세 조작이 의심되는 중개업소와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도 검증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부동산 탈세에 신속하고 강력한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