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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넥스트 HBM 선점하라" 삼성, HBF 개발 참전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1 18:24

수정 2025.10.01 18:25

AI 용량 커지며 차세대 낸드 부상
삼성, 개념 설계 등 초기단계 착수
SK하이닉스·샌디스크 등과 경쟁
[단독] "넥스트 HBM 선점하라" 삼성, HBF 개발 참전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받는 고대역폭 낸드플래시(High Bandwidth Flash·HBF) 시장에 삼성전자도 본격 뛰어든다. HBF는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옆에 배치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두 메모리를 함께 쓰면 AI 가속기의 전체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HBM과 같은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이미 HBF 규격 개발과 시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한 가운데, 낸드 업계 1위인 삼성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자체 HBF 제품 개발을 위한 개념 설계 등 초기 단계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유사한 기술 및 제품을 연구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플래시 수요 증가에 맞춰 신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직 개발은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제품 사양이나 양산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HBF는 HBM에 쓰이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반 적층을 낸드에 적용해 대역폭을 높이고, 용량을 키운 점이 특징이다. 단일 다이(칩 한 개)에 의존하지 않고 적층 구조를 활용하면서 대역폭을 넓혀 HBM이 직면한 용량 한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로 각광받는다.

HBF의 필요성이 커진 건 AI 모델의 크기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 제미나이 등 거대언어모델(LLM)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까지 생성하는 멀티모달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미지·영상은 글자보다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모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환경에서는 메모리의 '속도'와 '저장용량' 모두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이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들은 초고속이지만 용량이 제한적인 HBM과 대용량 데이터를 공급할 수 있는 HBF를 함께 배치하는 방식으로 메모리 구조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메모리 업계에선 HBF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HBF 규격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술 상용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양사는 오는 2026년 샘플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7년 생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키옥시아도 지난 8월 5테라바이트(TB)급·초고속 프로토타입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낸드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판도 변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낸드 점유율은 32.9%(매출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HBF 개발에 본격 뛰어들 경우 차세대 메모리 주도권 경쟁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AI 수요 확대에 맞춰 고대역폭 특성이 탑재된 차세대 낸드플래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안다"며 "낸드 1위 사업자로서 삼성전자의 HBF 시장 진입은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