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넉달만에 100억달러 밑돈 경상수지 흑자…"美 관세 영향, 내년 본격화"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2 11:35

수정 2025.10.02 11:18

28개월 연속 흑자...2000년대 역대 2번째 장기간
반도체·승용차 호조에도 철강제품·화공품 부진
수출 석 달 만에 줄었으나 수입이 더 크게 감소
한은 "9월 경상수지 흑자 100억달러 상회 전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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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밑돌았다. 반도체·승용차 수출 호조에도 미국 관세 품목인 철강제품 등이 부진하면서 수출이 3개월 만에 감소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9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다시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의 관세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3개월 만에 수출 감소...유가 하락에 수입 더 큰 폭으로 줄어
2025년 월별 경상수지 흑자폭 추이
(억달러)
2025년
1월 29.4
2월 71.8
3월 91.4
4월 57.0
5월 101.4
6월 142.7
7월 107.8
8월 91.5
합계 693
(한국은행)
2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9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이자, 8월 기준 역대 최대 흑자폭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9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102억7000만달러)보다는 흑자폭이 줄었으나 2018년 8월(109억3000만달러) 이후 역대 8월 기준 두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8% 줄며 석 달 만에 감소했다. 반도체가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하는 등 선전했으나, 철강제품, 화공품 및 기계류 등이 줄어든 결과다.

통관 기준으로 보면 IT 품목에서 반도체는 26.9% 상승했지만, 무선통신기기(-11.0%), 컴퓨터주변기기(-15.5%)는 감소해 전년 동월 대비 1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IT폼목의 경우 승용차가 7.0% 상승했지만, 철강제품(-11.7%), 화공품(-11.0%), 기계류 및 정밀기기(-8.2%)가 감소하며 전년 동월보다 4.2%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13.5%)는 증가했으나, 유럽(-9.2%), 미국(-12.0%), 중국(-3.0%), 일본(-5.3%)에서 감소했다.

수입은 470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7.3% 감소했다. 자본재(3.1%), 소비재(1.3%)는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에너지가격 하락으로 지난 8월 통관기준 원자재 수입은 24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6% 급감한 결과다.

■한은 "9월 100억달러 상회 전망…美관세 내년 본격 영향"
다만 한은은 8월 경상수지 흑자를 두고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내수가 부진해 수입은 더 많이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통관 기준으로 에너지류 수입이 13.6%로 감소했다"면서 "비에너지류의 경우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9월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져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00억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관세 부과 영향에도 반도체 경기가 좋고 9월에도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동차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수출이 잘 되고 있다"고 설했다.

이어 "본원소득수지도 8월에는 분기배당이 있었지만, 9월에는 계절적 영향이 소멸한다"며 "9월은 100억을 상회하는 흑자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 관세 영향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상반기에는 관세 영향이 더디게 나타나다가 8월부터 실제로 실행되면서 대미 수출은 감소할 걸로 예상했다"면서 "지금까지는 가격 인하를 늦추거나 재고 활용, 수입처 다변화 등을 통해 그 영향이 더디게 나타나겠지만, 내년에는 더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