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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되면 뭐해..."한강벨트 ‘지옥’ 된다" [부동산 산책]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0.04 07:00

수정 2025.10.04 08:35

동시 다발 대규모 재건축
교통 기반 시설은 '그대로'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산책’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이슈와 투자 정보를 엄선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한강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한강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최근 서울시가 오는 2031년까지 31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정비사업 속도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신속통합기획 2.0' 추진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정비사업 기간을 기존 18년 6개월에서 12년까지 최대한 앞당긴다고 합니다. 중복 평가 등은 과감히 폐지하고, 심의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19만8000가구 공급...교통시설 확충은?

서울시 계획을 보면 한강벨트와 같이 수요가 많은 지역에 집중 공급을 한다고 하는데요. 전체 착공 물량의 63.8% 가량인 19만8000가구를 신속하게 공급할 계획입니다.

민간 건설사도 한강벨트 재건축 수주에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도시 기반시설은 과연 얼마나 해결이 될까요. 기존 5층에서 49층으로 재건축된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출퇴근 시간대를 보면 고밀화가 교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한강변 교통량은 엄청나서 평일 대낮에도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더 어렵습니다. 한강 수상버스까지 도입했지만 교통난 해소는 요원해 보입니다.

결국 대중교통이나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은 크게 줄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강벨트에 19만8000가구를 10년 안에 완성을 시킨다고 하는데 문제는 현재 도로 확충 계획은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인구는 급증하는데, 교통 기반시설은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동경, 홍콩, 싱가포르처럼 강도 높은 자가용 이용 억제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동경 아자부다이힐스 복합단지를 가면 동경 내 최고급 실버타운 등 하이엔드 주거 및 모리사의 최고급 오피스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자가용은 거의 안 보입니다. 동경 시내 고급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이용료가 6만엔 정도인데, 주차장이 부족해 추첨을 통해 배정받습니다. 낙첨자는 주변 사설 주차장을 별도로 계약해서 신고해야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최대 1만8000엔으로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도심내 주차구역 이외에 주차해 놓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국내는 주말이면 강남, 성수동, 홍대 및 연남동 등지에 골목마다 불법 주차 차량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

10년 뒤 교통지옥...기반시설 확충해야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아파트 내 주차 한도를 초과해 2대 이상 보유 시 별도 비용을 내고는 있지만, 큰 부담이 안돼 너도나도 차량을 추가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건축이 완료된 아파트도 주차 공간이 부족해 저녁에는 차를 주차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향후 부유층이 살게 될 한강벨트 초고층 아파트의 미래 주차장 모습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퇴근 시 매일 교통지옥으로 변할 주변도로 및 강변도로의 모습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2035년까지 19만8000가구를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준공을 하게 된다면 한강벨트 주변 도로는 출퇴근 뿐만 아니라 낮 시간에도 거의 마비가 될 것 같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을 빠르게 해야 집값이 안정이 될까요. 선진국을 보면 대도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거의 없습니다. 동경 아자부다이힐스 재개발도 35년이나 걸려서 진행이 됐습니다.

한강벨트는 현재도 엄청난 인구가 살고 있고, 특히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들은 서울의 한복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제대로 된 교통기반시설 등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10년 뒤에 여러분들은 교통지옥을 매일 보게 될 것입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