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추석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나누며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기였다. 이때만큼은 모두가 배불리 먹고 즐길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풍요와 기쁨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속담에는 하루하루가 추석처럼 넉넉하고 즐겁길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추석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풍요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추석이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일부 택배 노동자들은 연휴에도 배송을 이어가야 한다. 이들에게 추석은 오히려 '휴식 없는 연휴'인 셈이다. 한 택배 노동자는 일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낸 명절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지만 명절수당에선 차별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비단 이들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추석은 달갑지 않다.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공장을 돌려야 하고, 대기업의 발주일정에 맞추다 보면 명절 연휴는 언감생심이다. 추석에도 어쩔 수 없이 매장 문을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추석이 누군가에게는 풍요의 시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외와 박탈감을 안겨주는 시기가 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추석의 풍요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고르게 누리지 못한다. 누구는 설레는 마음으로 귀성길에 오르지만, 또 다른 누구는 일터에 남아야 한다. 가족과 함께 웃음을 나누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별과 불평등을 호소하는 이도 있다. 한때 풍요와 기쁨의 상징이었던 추석은 이제 그 의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오늘날에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우리가 바라는 추석의 모습은 단순하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풍요와 기쁨을 나누는 명절이다. 그렇지 않다면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따뜻한 덕담이 아닌 잔인한 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추석이 더 이상 소외와 박탈의 시간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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